고혈압이 있는 65세 남성 A씨. 평소 혈압과 건강관리를 잘 하며 아무런 문제없이 지냈다. 그런데 아침 일찍 동네 뒷산을 올랐다가 쓰러진 채 이웃 주민에게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뇌혈관을 막은 원인은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이었다.
▶경동맥 좁아지면 뇌혈관질환 위험↑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입니다. 경동맥협착증은 목 부위 경동맥이 동맥경화증에 의해 혈전이 축적돼 좁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심장혈관을 제외한 기타 혈관질환의 90%가 경동맥협착 질환일 정도로 흔합니다. 국내에서도 심장혈관 질환과 함께 경동맥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몸의 혈관은 동맥과 정맥으로 구분됩니다. 동맥은 심장에서 온 몸으로 혈액을 공급하고, 정맥은 반대로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목 부위 동맥인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전달하는 주요 혈관입니다. 때문에 경동맥이 혈전으로 좁아지면 혈액 공급량이 줄고, 혈전에 따른 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집니다.
미국 의학전문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됐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졸중 위험이 6~10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있는 경동맥협착증 환자는 뇌졸중 발생률이 매년 6~7% 증가하고, 증상이 없는 경동맥 협착증 환자도 경동맥이 75% 이상 막히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매년 약 10% 높아집니다.
▶대부분 증상 없이 악화돼 문제
경동맥협착증은 대부분 증상이 없이 악화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경동맥절제클리닉을 찾은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경동맥협착증의 사전 증상 여부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무증상 36명(72%) △안면신경마비 증상 1명(2%) △어지럼증 5명(10%) △팔‧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 8명(16%)으로 나타났습니다.
환자 10명 중 7명이 병원을 찾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것입니다.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윤효철 교수는 “대부분 경동맥협착증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발견을 해도 치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협착 부위 동맥경화성 부스러기가 뇌혈관으로 들어가 혈관을 막으면 갑작스런 뇌경색을 초래할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동맥내막절제술로 뇌혈관 질환 예방
경동맥협착증은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선택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압강하제, 아스피린 같은 항응고제 약물로 관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협착 정도가 50% 이상이면서 안면부, 팔‧다리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거나 증상이 없어도 70% 이상 협착이 있으면 예방적 차원에서 경동맥 내막절제술 또는 경동맥 스텐트 삽입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경동맥협착으로 발생 가능한 뇌혈관 질환의 주된 요인을 제거하는 예방차원의 수술입니다. 중풍 병력이 있는 환자는 다른 증상의 발생을 막고, 비만‧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중‧장년층은 뇌경색 위험 요소 제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흉부외가 윤효철 교수는 “고지혈증‧고혈압 등 동맥경화성 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 고령은 경동맥 초음파 검사와 예방적 차원의 수술 및 시술을 진행하면 무증상 경동맥협착증 발견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지럼증이나 마비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어도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 질환 기왕력이 있는 환자군은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이 있을 수 있어서 경동맥 초음파 검사나 뇌혈관 MRI 등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동맥협착증에 의한 뇌졸중은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같은 성인병 및 스트레스, 흡연 등과 관련 있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 요인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도움말 : 경희대병원 흉부외과 윤효철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