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폐암 환자의 혹시 모를 임파선 전이 여부를 종양의 ‘투명도’에 따라서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종양이 뿌옇게 반투명인 경우보다 완전히 불투명하면 임파선 전이율이 약 10배나 높았다. 이 같은 차이는 종양 크기가 클수록 더 벌어졌다.
초기 폐암이어도 불투명한 종양이면 완치를 위해 수술 중 꼭 임파선을 함께 절제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동욱 교수, 한양대 구리병원 최수환 교수, 삼성서울병원 조종호 교수 연구팀은 ‘초기 폐암으로 수술 받은 환자들에게 관찰되는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미국 흉부외과학회에서 발행하는 SCIE급 국제학술지 ‘Annals of Thoracic Surgery’ 3월호에 게재됐다.
초기 폐암은 수술 절제만으로 완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기 폐암으로 수술 받는 환자 중에서도 일부는 임파선(Lymph Node) 전이로 인해 추가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수술 전 영상 검사에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술장에선 절제한 임파선 검체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는 환자가 있다.
이렇게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Occult Lymph Node Metastasis)’는 수술 받는 전체 환자의 5~10%로, 적지 않다.
초기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항암치료 시행 여부가 의료계의 관심사인 이유다.
이에 공동 연구팀이 항암치료 여부를 따지는 결정적인 기준인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낮아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과 양전자단층촬영(PET-CT) 영상 검사에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2cm 이하 초기 폐암으로 확인돼 폐 절제술을 받은 환자 1329명을 분석했다.
환자 중 ‘간유리 음영(ground glass opacity)’ 등의 종양이었던 환자 591명과 ‘순수 고형(pure solid)’으로 보이는 종양이 있었던 환자 738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CT 영상의 종양 투명도‧크기에 따라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된 비율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폐의 일부분이 유리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서 불투명해진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 음영’을 포함한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약 2%의 확률로 수술 검체에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됐다.
종양 크기를 세부적으로 보면 △1cm 이하 2.27% △1.0~1.5cm 2.19% △1.5~2.0cm 2.18%다.
하지만 결절 전체가 불투명해서 내부에 폐 조직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순수 고형’ 형태의 종양 환자들은 크기가 클수록 수술 후 임파선 전이가 확인된 확률이 높았다.
종양 크기가 1cm 이하에서 2.46%이던 확률이 △1.0~1.5cm에선 12.46% △1.5~2.0cm에선 21.31%까지 껑충 뛰었다.
또 ‘순수 고형’ 형태의 암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5년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은 71.2%로, ‘간유리 음영’ 환자들의 94.4%에 비해 예후가 나빴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윤동욱 교수는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을 가진 폐암 환자라도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된 경우가 많았고, 이는 순수 고형 형태로 보이는 암 환자들에게 특히 두드러졌다”며 “초기 폐암의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항암치료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cm 이상의 작은 크기 폐암이라도 ‘순수 고형’ 형태면 폐 절제 수술 중 반드시 임파선 박리 절제 병행을 권고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수환 교수는 “순수 고형 형태로 보이는 암 환자들은 수술 전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임파선 검사(EBUS) 등의 시술이 필요하다”며 “이 연구는 앞으로 순수 고형 형태의 폐암 환자들의 치료 방침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