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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을 마셨군요... 서서히 젖는 ‘알코올 사용 장애’ 심각성
술이 술을 마셨군요... 서서히 젖는 ‘알코올 사용 장애’ 심각성
  • 황운하 기자
  • 승인 2024.02.1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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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 자의반 타의반 술자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거나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이 같은 자리가 곤혹스럽습니다.

반면 내심 이어지는 술 파티를 환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서너번 이상 또는 거의 매일 차려지는 술상이 더 풍성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연말을 계기로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에 가까워진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 약 수년간 이어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혼술 족을 중심으로 술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술이 습관화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도 담배‧마약처럼 중독 질환 중 하나여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술과 점점 친해지다가 전신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알려진 알코올 사용 장애는 단순히 폭음하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혹시 나에게도 이미 찾아왔을 수 있는 알코올 사용 장애 특징과 치료‧관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성인의 술 소비 형태

우리나라 성인들은 술을 어느 정도 마시고, 고위험 음주자는 얼마나 될까요? 질병관리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음주 심층보고서'에 그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고위험 음주자’는 소주‧양주 기준으로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입니다. 맥주는 350㏄를 1.5잔으로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남성 고위험 음주율은 2022년 남성 21.3%, 여성 7.0%로써 2021년 대비 남성이 1.6% 증가했습니다. 또한 최근 1년동안 월 1회 이상 한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의 경우 7잔(또는 맥주 5캔) 이상, 여성의 경우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월간 폭음률도 남성 48.8%, 여성 25.9%로 전년 대비 남녀 모두 증가(남 1.8%, 여 1.8% 증가)했습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 환자 1년에 ‘6만 명’

“또 술 마셨어? 알코올 중독이네”. 술을 잘 또는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입니다. 또 수면장애 탓에 잠이 안 올 때 술에 의존해서 잠을 청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 알코올 중독, 즉 알코올 사용 장애는 무엇이며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배예슬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술을 장기간 마셔서 알코올 금단‧내성 같은 신체 증상과 함께 문제 행동이 자주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며 "내성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차 더 많은 술이 필요한 상태고, 금단은 술을 못 마시면 찾아오는 여러 가지 신체적‧심리적 고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단 주요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림 △식은 땀 △손떨림 △헛구역질 △불안 △초조 △수면장애 △오심 △구토 △환각 △환시 등입니다. 이 같은 알코올 사용 장애는 정신적‧신체적‧사회적으로 종합적인 문제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알코올 사용 장애 여부는 단순히 술을 자주‧많이 마시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술로 인해 건강은 물론 일생생활 등 전반적인 삶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진단합니다.

국내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 받는 사람은 1년에 6만 명 가까이 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5만8731명이 진료를 받았습니다. 성별은 남성이 76%로 10명 중 8명을 차지해서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행위는 개인적인 생활의 일부분이고, 치료를 받지 않은 숨은 환자까지 치면 알코올 사용 장애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술 세면 괜찮다? 유전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

술이 세서 잘 안 취하고, 술자리와 사람을 좋아하는 애주가라고 자칭하며 과도한 알코올 섭취 습관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술 때문에 본인의 건강이 악화 중인데도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알코올 사용 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술을 마시는 빈도와 양이 점점 늘고, 술 마시는 행위를 멈추지 못해서 통제가 안 되면 이미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입니다.

이 같은 알코올 중독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서 심리 사회적 요소, 발달 과정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납니다.

배예슬 교수는 "특히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가족은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외 도파민‧가바(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알코올 중독 발생과 관련 있고, 무의식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정신적 문제도 관련 있습니다.

▶혹시 나도? 알코올 사용 장애 ‘자가진단’

장기적이고 과도한 음주 탓에 알코올 사용 장애에 빠지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 등 종합적인 장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습관적으로 장기간 음주를 이어가면 우선 신체적으로 전신 건강을 좀먹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과도한 알코올이 각종 암의 발병 원인으로 작용하고, 뇌 세포를 파괴하는 것은 많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아울러 알코올을 해독해야 하는 간의 부담이 증가해서 찾아오는 간염‧간경화 등 간 질환을 비롯해서 △신경계 손상 △치매 △심장 질환 △췌장 질환 △위장 문제 △감염 등 다양합니다.

정신적으로는 알코올 중독 환자 대부분은 뇌신경 손상의 영향으로 심한 우울감에 빠집니다. 또 일부는 과음‧금단에 따른 편집망상‧환청 등을 겪기도 합니다. 급성 금단 동안 공황발작 등을 겪는 것으로도 보고됩니다.

술에 따른 금단‧갈망‧의존 증상 때문에 직장‧학교생활 같은 사회적 기능에도 큰 문제가 생기고, 가족‧동료‧친구 등 주변 관계와 갈등이 심화됩니다. 

배예슬 교수는 "특히 항상 만취해 있는 상태만 알코올 사용 장애가 아니다"며 "몇 개월 동안 술을 안 마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며칠~몇 달 동안 폭주하듯이 마시거나, 과음을 하지 않아도 적당한 양을 거의 매일 마셔도 알코올 사용 장애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스로 문제 인정하는 게 치료의 시작

알코올 중독도 다른 중독처럼 쉽게 중독의 연결 고리를 끊기 어렵고, 재발도 흔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술의 유혹에서 빠져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는 과음하는 본인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과 스스로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베예슬 교수는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는 크게 △개입 △해독 △재활 등 3단계로 이뤄진다"며 "환자 상태와 상황에 따라서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개입’은 알코올 사용 장애 문제를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치료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서 술을 끊게 할 수 있습니다.

‘해독’은 정신과 신체 상태를 안정시켜서 장기적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이 때 휴식을 비롯해서 술 탓에 신체에 부족한 비타민과 영양분을 공급하고, 치료 약물 투여 등을 시행합니다.

‘재활’ 단계에선 알코올 사용 장애가 찾아오기 전의 일상생활로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3단계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 전 △간 기능 장애 △소화기 출혈 △정신 질환 등 내과적‧정신과적 문제가 심각하면 관련 치료를 우선 진행하기도 합니다.


※ Doctor's Pick!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땐 주변의 응원‧지지‧격려가 중요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된 상황과 힘든 점, 금주에 대한 동기 등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다시 건강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서로 공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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