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은 파킨슨병‧치매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50~80세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약 10%가 밤에 잠자리에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리고 잠꼬대도 많이 해서 본인은 물론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면의 질을 함께 떨어뜨리는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으면 대부분 신경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이우진 교수, 고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렘수면행동장애와 전 단계 증상에 대한 지역사회 유병률과 임상 특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 내용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 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전 단계 증상의 특성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잘 때 꾸는 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만성 수면장애 중 하나다.
원래 렘수면 동안에는 근육이 이완돼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서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는 발병 후 12년 내에 73.5%가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다계통위축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한다.
또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이 나타나도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조기에 선별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속에서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꿈-행동화’와 근육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렘수면무긴장 소실’이 함께 나타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은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다.
공동 연구팀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전 단계 증상 유병률 및 임상적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사회 코호트(KoGES-Ansan)에 포함된 1075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 △렘수면행동장애 선별검사 설문지(RBDSQ) △전문의 병력 청취를 진행해서 분석했다.
연구 대상인 1075명의 나이는 50~80세였다. 성별 비율은 남성 53.7%, 여성 46.3%다.
분석 결과 렘수면행동장애 유병률은 1.4%,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는 각각 12.5%와 3.4%의 유병률을 보여서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이 일반 인구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인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 사이에 상관관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증상 간 임상적인 특징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각 전 단계 증상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이뤄지면 렘수면행동장애 전 단계 증상에서 렘수면행동장애 및 주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우진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 퇴행성 질환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되면 수면 전문의에게 적절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며 “치료를 통해 수면의 질을 회복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신철 교수(고려대학교 인간유전체연구소장)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치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어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렘수면행동장애 뿐만 아니라 전 단계 증상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관리와 추적 관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전 단계 증상 후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해서 질병을 선별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