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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자궁이식’ 성공 어떻게 가능했나
국내 첫 ‘자궁이식’ 성공 어떻게 가능했나
삼성서울병원, 한 여성에 2번 시도해 이룬 성과
뇌사 기증자 자궁의 작은 혈관 모두 살려야 해 
“거부 반응 없이 정상 유지해 ‘시험관 아기’ 준비”
  • 최수아 기자
  • 승인 2023.11.2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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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23RF.com]
[출처 : 123RF.com]

최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자궁이식 성공 사례가 발표돼 의료계는 물론 국민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궁이식을 받은 여성은 현재 시험관 아기를 준비 중이어서, 약 1년 후 건강한 출산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여성은 MRKH 증후군 탓에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었고, 첫 번째 자궁 이식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지난 1월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10개월째 거부반응 없이 안정적으로 이식 상태를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환자는 월경 주기가 규칙적이어서 이식된 자궁이 정상 기능 중이고, 최종 목표인 임신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지난 17일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Asian Transplantation Week 2023)에서 이 같은 자궁이식 성공 소식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100여 건의 자궁이식 성공이 보고되지만, 재이식 시도는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처음이라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성공에 이어 또 다른 환자의 자궁이식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자궁이식 성공 경험이 축적하면, MRKH 환자 등 자궁 문제에 의한 불임으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에게 자녀 출산의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 5000명 중 1명 선천성 MRKH 환자  

MRKH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자궁과 질이 없거나 발달하지 않는 질환이다.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병원을 찾은 MRKH 증후군 환자는 최근 10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약 30명, 국내 전체는 약 90명이다. 이외에 자궁 질환 등으로 젊은 여성이 자궁을 절제하는 경우도 있어서 자궁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MRKH 증후군은 대개 청소년기 생리가 시작하지 않아서 병원을 찾은 후 우연히 발견한다. 난소 기능은 정상적이어서 호르몬 등의 영향이 없고, 배란도 가능하다. 때문에 이론적으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이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자궁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도 MRKH 증후군 환자로, 결혼 후 임신을 위해 2021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당시는 삼성서울병원이 2019년부터 준비한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이듬해 정식으로 팀을 꾸리고, 관련 임상연구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된 때였다.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에 자궁이식팀도 속도를 냈다. 

자궁이식팀은 국내 첫 사례인 만큼 우선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진행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까지 모두 마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각자 전문 분야별로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과 사례를 조사하며 이론적 배경은 물론 △실제 이식 수술 △이식 장기의 생존 전략 △임신‧출산까지 모든 과정을 준비하고 계획했다. 

그러나 첫 걸음부터 어려운 길이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에서 새로운 수술의 시도는 ‘임상연구’라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는데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때 자궁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품으려는 환자의 모성과 의료 영역을 확장‧발전시키려는 의료진의 열정에 공감한 뜻있는 후원자들이 기부로 힘을 보탰다. 

▶첫 시도 실패 후 6개월 만의 재도전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진료 모습. [사진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 진료 모습. [사진 삼성서울병원]

어렵게 시작한 자궁이식 연구는 첫 시도에서 벽에 부딪혔다. 2022년 7월 첫 이식 때 생체 기증자의 자궁을 환자에게 이식했지만, 이식 자궁에서 동맥과 정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서 2주 만에 제거했다.

하지만 자궁이식팀은 환자의 굳은 결심을 보고, 뇌사 기증자 자궁이식을 기다렸다. 다행히 첫 이식 실패 6개월 여 만인 지난 1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이식수술을 시도할 수 있었다.

자궁이식팀은 첫 번째 이식 실패를 교훈 삼아 모든 과정을 다시 꼼꼼히 살피고, 공여자의 장기적출 과정부터 이식까지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했다. 

자궁이식팀에 따르면 기증자 자궁과 연결된 작고 긴 혈관 하나까지 다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수술하는 것이 자궁이식 초기 성공의 핵심 요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환자는 자궁 이식 후 29일 만에 생애 처음으로 월경을 경험했다. 자궁이 환자 몸에 안착했다는 신호다. 

첫 월경 이후 환자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 중이다. 이식 후 2‧4‧6주, 4개월, 6개월째 조직검사에서 거부반응 징후도 나타나지 않아서 이식한 자궁이 환자 몸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환자와 자궁이식팀은 모두 잘 이식된 자궁에 새 생명인 아기가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자궁이식팀 이동윤‧김성은 산부인과 교수는 “이식 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의 난소로부터 채취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을 유도하고 있다”며 “임신 이후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식외과 박재범 교수는 “자궁이식은 국내 첫 사례여서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첫 실패 과정은 참담했지만 환자와 함께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서 무사히 자궁이 안착해, 환자가 바라는 아기를 맞이할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이유영 교수는 “어려운 선택을 한 환자와 이를 응원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자궁이식 연표. [이미지 삼성서울병원]
세계 자궁이식 연표. [이미지 삼성서울병원]

한편 자궁이식은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보고된다. 당시 환자는 이식 100일 만에 거부 반응으로 이식한 자궁을 떼어내 안착에는 실패했다.

이후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이식과 함께 출산까지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자궁이식은 관련 근거가 쌓이면서 이식 성공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베일러 대학병원(Baylor University Medical Center)이 202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이 병원에서만 20명에게 자궁이식을 시도해서 14명이 성공했고, 이 중 11명(79%)이 출산까지 마쳤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자궁이식학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적으로 자궁 이식 성공 건수는 삼성서울병원을 포함 109건에 이른다. 이를 통해 66명의 아기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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