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중독이 심각한 가운데 접근성이 쉬운 온라인 도박 중독성이 오프라인보다 3배 더 강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돈을 훔치면 한 번쯤 도박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지현·정유숙 교수, 한림대 의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윤혜 교수 연구팀은 2018년 기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도박 경험이 있는 청소년 561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 ‘노출 경로에 따른 청소년 도박 주요 증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청소년 도박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치료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설문 조사는 청소년 도박 증상에 대한 총 9가지 문항으로 진행했다.

9개 문항은 △참여 중인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함 △도박 안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음 △내기 또는 도박을 계획함 △기분이 나쁨 △이기기 위해 다른 날 다시 도박하러 감 △타인에게 도박‧내기 하는 것을 숨김 △도박‧내기를 하는 게 잘못됐다는 느낌 △점심 식사나 옷을 사는데 사용하는 용돈을 도박에 사용 △도박‧내기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침이다.

각 문항마다 중증도를 점수로 매겨, 도박 문제 심각성 척도(Gambling Problem Severity Scale)를 측정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은 도박 노출 경로에 따라 온라인 그룹과 오프라인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두 그룹 간에 도박 문제 심각성 척도 점수 총합을 비교했을 때 온라인 그룹이 오프라인 그룹 보다 중증도가 3배 더 높았다.

증상들 간 관계 분석도 함께 진행해서 내재된 청소년 도박의 병리 구조를 확인했다. 도박 노출 경로와 관계없이 △도박‧내기를 하기 위해 돈을 훔침 증상이 매개·근접 중심성 및 연결강도 점수가 모두 99~1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참여 중인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함이 근접 중심성 91%, 연결강도 82%로 분석됐다.

이 조사에선 청소년들의 도박 노출 경로에 따른 특징도 알 수 있었다. 온라인 그룹은 △기분이 나쁨 증상이 근접 중심성과 연결강도 모두 93% △도박 안하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음이 근접 중심성 85%, 연결강도 87%로 높게 나타났다.

오프라인 그룹은 △내기‧도박 계획함이 근접 중심성 79%, 연결강도 64% △이기기 위해 다른 날 다시 도박하러 감이 근접 중심성 73%, 연결강도 62%였다.

▶우리 아이가 돈 훔치면 ‘도박 중독’ 의심

연구 결과 돈을 훔치는 행위가 청소년 도박의 주요 증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활동을 불참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행위도 충동성을 기반으로 한 증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증상들은 추후 이른 학업 중도 포기나 자퇴로 이행되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그룹이 오프라인 그룹 보다 중증도가 더 높았던 만큼 증상 특징도 달랐다. 온라인 도박에서 중심적인 증상 중 하나는 도박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다는 점이었다.

온라인 도박과 비슷한 온라인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우울증을 동반한다.

온라인 도박은 오프라인보다 더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베팅 금액이 더 싸고, 이용이 빠르며, 편리하면서도, 익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양한 콘텐츠들과 시선을 끄는 마케팅도 한 몫 한다. 온라인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중독 때문에 조절이 어려운 상황에 대한 죄책감이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또 온라인 그룹은 도박을 안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특징을 보였는데, 혼자 플레이하는 온라인 도박 특성상 사회적 도태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도박 중독은 청소년들이 도둑질, 학교 결석 같은 행동 문제로 인해 직접 치료를 찾기 전까지 알아채기 어렵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청소년 도박에 대한 유입 경로와 심리적 특징을 함께 분석해서 세부적인 증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자료에 따르면 도박으로 진료 받는 청소년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837건에서 2021년 2269건으로 4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온라인에 의존하면서 청소년 도박 중독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21년부터는 증가율이 42%로, 예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황운하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