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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노인들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 마을'이 있다는데...
[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노인들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 마을'이 있다는데...
  • 고종관 기자
  • 승인 2023.04.03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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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 마을?’ ‘잘 넘어지지 않는 동네?’ 정말 이런 지역이 존재할까요? 캠페인을 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의료지원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요즘 일본 아이치현의 히가시우라쵸(東浦町)라는 마을이 흥미를 끕니다. 이곳의 치매 발병이 다른 농촌보다 뚜렷하게 낮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의학적으로 ‘걷기’는 치매예방을 위한 좋은 건강습관으로 추천되지요. 혈액순환도 좋아질뿐더러 발바닥 압점이 뇌를 자극하고, 걸으면서 느끼는 오감이 뇌를 활성화하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파란색 막대기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붉은색은 인구밀도 1000명 이상 시정촌, 노란색은 1000명 미만 농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IADL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지만 이중 붉은색의 히가시우라쵸가 유일하게 낮은 IADL지표로 도시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곳의 치매발병 수준은 가장 높은 농촌의 절반 수준이다. 
파란색 막대기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붉은색은 인구밀도 1000명 이상 시정촌, 노란색은 1000명 미만 농촌.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IADL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지만 이중 붉은색의 히가시우라쵸가 유일하게 낮은 IADL지표로 도시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곳의 치매발병 수준은 가장 높은 농촌의 절반 수준이다. 

<위 그림>에서 보듯 실제 하루 30분 이상 걷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낮습니다.

여기서 IADL(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이란 ‘외출’, ‘쇼핑’, ‘식사준비’, ‘청구서 지불’, ‘은행 입출금’같은 행위를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이를 활용해 치매 여부를 판가름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도구입니다.

<위 그림>을 보면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 고령자가 지방보다 ILDL이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치매환자가 적다는 뜻이지요.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방거주민이 도시민보다 덜 걷는다고 합니다. 도시는 교통망이 잘 발달돼 있는 대신 지하철이든 버스든 환승을 위해 꽤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방에선 단 500m를 가더라도 차를 이용하는 등 운동량이 훨씬 적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도시에 사는 노인이 작은 도시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히가시우라쵸는 인구밀집도가 낮은 소도시인데도 불구하고 큰 도시들과 비슷하게 IADL 지표가 낮습니다.

비슷한 인구규모의 소도시보다 치매 환자가 두 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이곳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길이 옛날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요. 이런 마을 옆에 쇼핑몰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를 이용하려면 한참을 돌아가야 하고, 지름길을 이용하려면 좁은 길을 걸어가야 했죠.

그러다보니 이곳에선 어르신들이 보행기를 밀면서 쇼핑몰을 왕래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해요. 결국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마을의 주거환경이 치매를 예방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 내용은 일본의 ‘노년학평가연구(Japan Gerontological Evaluation Study, JAGES)’라는 단체가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해 얻어낸 결과입니다. JAGES는 고령자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조사・연구하는 조직입니다.

1999년 한 지방대학과 지자체 협력으로 시작한 작은 연구사업은 현재 전국으로 확대돼 국가 및 지자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정책에 반영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JAGES의 연구목표는 치료보다는 예방, 예방보다는 건강한 환경, 즉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포츠그룹에 참여하는 주민의 비율에 따라 낙상율이 최대 4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준다. 
스포츠그룹에 참여하는 주민의 비율에 따라 낙상율이 최대 4배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준다. 

이 단체가 수행한 프로젝트 중 낙상율이 가장 낮은 지역에 대한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JAGES는 일본 시정촌의 낙상율과 그 지역의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얼마나 있는지를 함께 조사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카시와시(柏市)가 다른 시정촌보다 노인들의 낙상율이 가장 떨어졌고, 공원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조사된 것입니다. 실제 공원이 가까우면 운동빈도가 1.2배 많아진다는 사실도 이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특히 주민의 운동그룹 참가율에 따라 낙상율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운동그룹 참여율이 낮은 곳과 높은 곳의 낙상율 격차는 시정촌에 따라 7.4~31.1%로 나타나 무려 4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이지요. 

이 단체가 건강마을 조성을 위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지역사회 고령자를 위한 ‘살롱’입니다.

우리나라의 경로당 같은 개념이지만 이곳에선 재능 있는 사람들의 강의와 놀이 등 프로그램이 수행된다 점이 다릅니다. 

JAGES에선 장기가 있는 사람을 뽑아 리스트를 만들고, 각 살롱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이들을 소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는 군요. 그 결과, 호응도가 무척 높아 평판이 좋은 강사는 연예인 뺨칠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민센터에서 이런 기능을 합니다. 물론 일반주민 대상이기 때문에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의 참여는 쉽지 않지요. 

고령자 살롱의 첫 번째 조건은 접근성입니다. 규모는 클 필요가 없습니다. 예컨대 마을 중앙회관 한 곳에서 36회를 실시하기 보다 살롱 12곳에서 3회씩 공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실제 노인들의 참여 실태를 분석해보니 거리가 먼 곳은 참여율이 1%에 불과했지만 가까운 곳은 20%까지 높아졌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JAGES가 3년간의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참여하는 사람에 비해 남성은 2.19배, 여성은 1.74배 치매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는 이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지자체를 설득하고, 건강한 마을 조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지역 고령자를 위한 살롱에서 체조하는 노인들. (JAGES 사이트에서 캡처)
지역 고령자를 위한 살롱에서 체조하는 노인들. (JAGES 사이트에서 캡처)

노인들은 살롱에 참가하고 난 뒤 설문조사에서 ‘건강의식이 높아졌다’, ‘사람과의 교류가 증가했다’, ‘기분이 밝아졌다’ 등 응답을 했고, 특히 ‘행복을 느끼게 됐다’는 어르신이 80%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곳 대표인 콘도 카츠노리 교수(치바대학 예방의학센터)는 “건강관리에 무심한 30% 노인인구의 관심을 끌어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질병 예방활동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르신을 위한 이 같은 작은 커뮤니티 운동에 지역사회 기업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큰 소득입니다.

자동차 판매 전시관의 상담공간에서 노인들이 체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커피 체인점이 손님이 적은 시간을 살롱으로 활용하도록 배려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답니다.

초고령사회를 맞고 있는 일본의 정책이나 변화를 무조건 쫓아갈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 또는 치매관리사업을 효율성 면에서 한번쯤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겁니다. 

콘도 교수는 “건강한 마을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사례를 듭니다. “노인을 위해 집으로 식사를 배달해주는 것보다 몇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도록 하는 ‘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이들을 고립에서 끌어내 서로 교류하도록 하고, 지역사회가 이들의 건강을 지켜보며 손길을 내미는 것이 진정한 함께 사는 사회라는 것이지요. 

※ 이 기사는 ‘Beyond Health’의 콘도가츠노리(近藤克則)교수(JAGES 대표이사 ・치바대학 예방의학센터) 인터뷰 기사와 JAGES 프로젝트 자료를 참고해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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