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생애주기 동안 남성보다 많은 신체 변화를 겪습니다. 월경‧임신‧폐경을 거치면서 큰 너울처럼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산부인과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임신은 여성의 신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여성과 태아가 모두 건강 하려면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같은 임신‧출산 준비와 관리는 여성만의 몫이 아닙니다. 배우자도 함께 참여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부 공동의 과제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의 자문으로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임신‧출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혈전은 혈관 내의 혈액이 굳는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혈액의 흐름이 비교적 느린 정맥에서 발생합니다. 이 같은 혈액 응고물이 혈관의 흐름을 막으면 ‘혈전’, 이게 떨어져 나와서 다른 혈관을 막으면 ‘색전’이라고 부릅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염증 없이 정맥 내에 단순히 혈전 또는 색전을 일으킨 상태를 말합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크게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고령층이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임신을 하면 모체의 정상 변화에 의해서 비임신 가임기 여성에 비해 높은 빈도로 정맥혈전색전증이 나타납니다. 임신 28주 이후인 임신 제3삼분기의 경우는 비임신시보다 약 6배, 그리고 산후 6주 동안은 약 22배의 정맥혈전색전증 발생 위험도를 보입니다.
임신부들에게는 생소하고, 실제로 유병률도 0.3%로 흔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모성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여서 반드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합니다.
▶임신부가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높은 경우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인자는 △고령 환자 △암‧신장질환 등 기저질환 △감염 △수술 △흡연 등입니다.
임신 자체도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을 높이지만 고령 산모이거나 △당뇨병 △빈혈 △임신중독증 △비만이 동반되면 그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특히 혈전성향증이 있거나 제왕절개를 받은 경우 위험도는 커집니다.
임신 중 혈전색전증이 발생한 산모 중 50% 이상이 혈전성향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혈전성향증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뉩니다.
선천성 혈전성향증과 후천성 혈전성향증은 아래와 같은 종류가 있고, 진단받은 적이 없더라도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으면 의심해야 합니다.
※ 혈전성향증 종류 & 의심 증상
① 선천성 혈전성향증
-안티트롬빈결합
-C단백질결핍
-S단백질결핍
-응고인자V레이덴돌연변이
-고호모시스테인혈증
* 의심 증상
폐색전증으로 급사한 가족이 있거나 반복적인 혈전증으로 장기 치료를 받은 가족이 여럿인 경우
② 후천성 혈전성향증
-항인지질항체증후군
-헤파린유도성혈소판감소증
* 의심 증상
습관성 유산이 있거나 원인 불명의 사산이나 조산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정맥혈전색전증이 동반하는 주요 증상
정맥혈전색전증은 크게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으로 나뉩니다. 임신 중 발생하는 정맥혈전색전증의 약 80%가 심부정맥혈전증이며, 약 20%가 폐색전증입니다. 각각의 증상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정맥혈전색전증 종류 & 주요 증상
① 심부정맥혈전증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며 그 강도도 다릅니다. 임신부의 경우 커진 자궁과 다른 해부학적인 이유로 보통 왼쪽 다리에 많이 나타납니다. 다리‧허벅지에 통증과 부종을 보입니다.
특히 통증은 종아리를 쥐어짜는 자세 및 뒷꿈치를 늘리는 동작을 할 때 심해집니다. 부종은 양측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편측으로 나타나는 경우 양쪽 종아리의 둘레가 2cm 이상 차이가 나면 혈전증이 의심되는 의미 있는 부종으로 생각합니다.
② 폐색전증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이지만,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입니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자연적으로도 호흡곤란이 있을 수 있어서 구분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전색전증의 위험 요소가 있거나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되는 임신부가 심한 호흡곤란을 보이면 폐색전증에 대한 검사를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합니다.
* 폐색전증 위험 인자
-임신중독증
-3회 이상 출산력
-35세 이상 산모
-폐색전증 과거력
-빈혈
-비만
-제왕절개 분만
▶초음파‧CT 등 영상검사로 진단
심부정맥혈전증은 우선 초음파를 통해서 진단하며, 이 결과가 애매한 경우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서 최종 확인합니다. 혈전 관련 혈액 검사인 D-dimer 검사는 임신 중에는 정상적으로도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폐색전증은 심부정맥혈전증이 있고, 호흡곤란이 동반하면 다른 진단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부정맥혈전증과 호흡곤란이 없으면 가슴 X선 검사를 먼저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혈관조영컴퓨터단층촬영(CT angiography), 환기-혈류스캔을 통해 진단합니다.
CT 및 기타 다른 검사에 따른 방사선 조사의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늦은 치료로 인한 태아 위험도가 방사선 조사로 인한 위험도보다 선회하므로 지체없이 진단검사를 시행합니다.
치료는 항응고제를 사용하며, 종류는 헤파린 또는 와파린이 있습니다. 와파린의 경우 임신 초기에 사용하면 기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 정맥혈전색전증 진단에 적용하는 영상검사
* 심부정맥혈전증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 폐색전증
-가슴 X선
-혈관조영컴퓨터단층촬영
-환기-혈류스캔
▶분만 전후 ‘항응고제’ 사용해 위험 예방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이 있으면 임신 중, 특히 분만 전후에 항응고제를 사용합니다. 보통 헤파린을 적용하는데, 각 산모별 위험도에 따라서 용량과 용법이 달라집니다. 때문에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인자가 있으면 주치의와 상담해서 적절한 예방을 진행합니다.
또 분만 및 마취 전 출혈이 더 증가할 수 있어서 분만 24시간 전에는 항응고제 치료를 멈추고, 수술 12시간 이후에 출혈의 증거가 없으면 다시 치료를 시작합니다.
※ 정맥혈전색전증의 예방 치료
-임신 중, 분만 전후에 헤파린 등 항응고제 사용
-제왕절개 분만은 특별한 위험이 없으면 수술 후 다리를 압박하는 공기압 장치 사용
제왕절개 분만의 경우 환자에 따라서 항응고제를 통한 혈전 예방이 권고됩니다. 특별한 위험이 없으면 수술 후 다리를 압박하는 공기압 장치를 사용할 것이 권고됩니다.
폐색전증은 10만 분만 당 1명 정도에서 발생하며, 이 중 15%가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킵니다. 특히 3분의 2는 30분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따라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진단된 임신부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바로 처치가 가능한 병원에서 분만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