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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일본 노인들 '치카치카' 열공
[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일본 노인들 '치카치카' 열공
80세에도 자신의 치아 보존한다
  • 고종관 기자
  • 승인 2022.10.0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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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9, 60…. 그럼 이제 껌을 뱉어 색깔을 보세요.”

일본 도쿄도의 어느 복지센터. 노인들을 위한 구강 건강강좌가 한창이다. 강의 내용은 껌으로 저작능력을 확인하고, 기능을 높이는 이른바 ‘오럴 플레이’. 입에 넣기 전 녹색이었던 껌이 분홍색으로 바뀌었다면 잘 씹고 있다는 증거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혀를 앞으로 내밀거나 여러 가지 입 모양을 만드는 ‘구강 체조’는 물론 타액분비를 촉진하는 ‘뺨과 턱 마사지’도 배운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배운 오럴 플레이를 가정에서도 되풀이한다. 강사를 하는 보건소 직원 쿠마가이 준코(치과 위생사)씨는 "구강기능이 떨어지면 전신건강도 나빠진다"며 "노인들에겐 꾸준한 반복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일본치과의사회는 헤이세이 원년(1989년)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8020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80세까지 20개의 자기 치아를 유지하자’는 캠페인이다.

성인의 치아 개수는 28개(사랑니를 포함하면 32개)다. 따라서 치아 20개를 유지하면 음식을 씹어 건강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

​일본 정부가 의사단체와 손잡고 이 같은 운동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초고령시대의 사회적 부담을 다소라도 덜기 위한 고육책이다. 저작력은 곧 고른 영양이 필요한 노인의 건강과 직결된다. 

남은 치아 개수가 19개 이하(파란색)와 20개 이상(노란색)의 저작능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일본국민건강영양조사)

​치아는 치매 발병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아가 10개 이하인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그렇지 않은 노인의 2.6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고령층의 치아 상실은 틀니나 임플란트 등 막대한 의료비의 증가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같은 치아 살리기 운동은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2016년 치과질환 실태조사'에서 성과가 나타났다.

​일본 교토(共同)통신에 따르면 75~79세 노인 중 자신의 치아를 20개 이상 보유한 노인은 2011년에 비해 8.5%포인트 높은 56.1%, 80~84세는 15.3%포인트 상승한 44.2%나 됐다. 

75세 이후를 후기고령자로 부른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평균 자기치아 개수가 50%를 넘은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8020 운동' 후 양치질에 대한 인식 개선도 이뤄졌다. 하루 1회 양치질을 하는 노인은 18.3%로 6년 전 조사 때보다 3.6%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반해 2회 한다는 노인은 1.5%포인트 늘어난 49.8%, 3회 이상 하는 사람의 비율도 2.1%포인트 증가한 27.3%나 됐다. 80%에 가까운 노인이 적어도 하루 두 번씩 양치질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노인들의 틀니나 임플란트를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원하기 전에 이렇게 자신의 치아살리기 운동부터 전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다시 말해 치료비 지원보다 예방을 유도하는 것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올바른 보건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 환자의 행동패턴을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낙상은 물론 요로감염, 파킨슨 병, 심혈관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우울증 등을 사전 예측해 의료기관에 건강 상태를 보고한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 미국 연방보건자원국(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은 알링턴대학 이공계 대학교수들에게 600만 달러의 연구기금을 지원했다.

이른바 스마트 홈 프로젝트. 연구공간은 첨단시설을 갖춘 주방, 특수 화장실, 자동화 침대 등 스마트 케어 홈으로 꾸며졌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흥미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보행과 체중을 측정·평가하는 센서를 바닥에 깔고, 거울에는 특수 카메라를 내장해 노인의 표정과 피부색을 진단한다. 피부색의 변화는 혈액의 산소 함유량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약물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수면은 잘 취하는 지, 침대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아닌지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흥미로운 것은 각 가정에서 생성된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노인의 응급상황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 노인의 행동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경고신호를 보낸다.

IT시장조사업체인 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5년 가정 내에서 노인모니터링 기술을 이용한 곳은 미국 7만5000가구, 서유럽 3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20년 미국에서만 60만 곳, 서유럽에서는 57만9000곳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기술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찍 고령사회에 진입한 북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웨덴이나 네델란드 역시 동작과 인지능력이 둔화된 노인을 위해 스마트 홈 개발이 한창이다.

스웨덴은 2000년 건설회사 JM이 홈오토메이션과 인텔리전트 빌딩시스템을 결합해 스마트 홈을 선보였고, 덴마크는 스마트 홈 재단을 설립, 1994년에 첫 실험주택을 제시했다. 2001년엔 실용화가 가능한 모델도 나왔다.

미국 은퇴자협회는 집 안에 거주하는 노인이 돌봄시설로 거처를 옮긴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이는 특히 인지능력과 우울증에서 큰 차이가 컸다고 강조한다.

2015년 고령사회로 접어든 미국은 현재 메디케어 지출액이 국민총생산의 3%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발을 받아야 하는 노인의 연령이 늘어나면서 메디케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뒤인 2026년에는 의료와 퇴직 프로그램 운영으로 1.2조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인 건강을 관리해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이제 국가에겐 발등의 불이됐다.

우리에게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저렴한 비용의 노인 스마트 홈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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