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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전립선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 명의
국내 유일 전립선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 명의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최한용 교수의 ‘운명 & 숙명’
  • 황운하‧오하늘 기자
  • 승인 2023.05.1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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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최한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전립선암의 흉터‧출혈‧합병증을 줄이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이 가능한 유일한 의사이자, 이 분야 명의입니다.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은 복부를 통해 이뤄지는 일반적인 전립선 적출술과 달리 남성의 음낭과 항문 사이의 회음부를 조금 절개해서 진행합니다. 복부 수술보다 먼저 시작된 전통적인 수술법이기도 합니다.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은 오랜 기간 시행돼서 검증이 됐고, 환자에게 돌아가는 이점이 많은 수술법입니다. 그런데 왜 국내에서는 최한용 교수만 유일하게 진행할까요?

30여 년 동안 약 1100명의 환자에게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을 시행해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 최한용 교수에게 ‘운명’으로 시작해 ‘숙명’처럼 명의가 된 사연을 들었습니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수 중 만난 ‘ 운명’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최한용 교수가 비뇨의학 전문의를 선택한 계기는 아크릴화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1970년대 의대생이었던 최 교수는 생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심장질환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신장(콩팥)을 공부하면 내과와 외과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장 질환을 진료하고 수술하는 비뇨의학과에 점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된 최한용 교수는 1992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전에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해외 연수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운명’ 같은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미국 듀크대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 때문에 간 것이 아니었고, 신장암‧방광암‧전립선암 등 비뇨기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을 전반적으로 배우려고 했습니다.

최한용 교수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지금처럼 전립선암 환자가 많지도 않고, 전립선을 들어내는 수술을 보거나 진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듀크대 지도 교수였던 데이비드 폴슨 박사가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 대가였고, 이 수술을 배워서 한국에 적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떠올렸습니다.

미국은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병 1위여서 전립선 수술 수준이 세계적입니다. 전 세계 비뇨의학 전문의들이 전립선암 수술법을 배우러 미국을 찾는 이유며, 최 교수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특히 전립선암 수술 방법은 역사적으로 볼 때 복부를 통하지 않고, 음낭 아래인 회음부를 약 15cm 절개해서 진행하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로 시작해서 거의 모든 미국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이 이 방법으로 전립선 적출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점차 복부를 통하는 전립선암 수술 방법이 개발되면서 회음부 절제 방법과 함께 진행됐습니다. 

최한용 교수는 “일반적으로 외과 의사들이 수술을 할 때 해부학적으로 익숙한 구조는 복부”라며 “전립선암 복부 수술법이 개발된 이후 많이 시행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음부의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가 비뇨의학과 의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배우기 어렵기 때문인 점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드 폴슨 지도 교수는 많게는 하루에 5건의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을 소화했습니다. 폴슨 교수의 수술을 많이 참관한 최한용 교수는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생소했던 전립선암 수술에 대해서 눈을 떴고,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최한용 교수는 “연수할 미국 병원으로 듀크대와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를 두고 고민했었는데, 후자를 갔으면 전립선암 복부 수술을 배웠을 것”이라며 “미국 듀크대에서도 함께 연수한 한국 의사가 한 명 있었는데,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다른 분야를 공부했다. 돌이켜보면 ‘운명’ 같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같은 운명론은 최한용 교수에게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의 국내 ‘독점(?)’권을 줬고, 관련 분야 명의로 올라서는 토대가 됐습니다.

▶“합병증 줄이고, 환자 삶의 질 높이는 수술”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의 진행 과정은 이렇습니다. 남성의 회음부 부위가 수술이 가능하도록 거의 평면이 되게끔 자세를 만든 후 시작합니다. 

이후 항문 위쪽을 반원 모양으로 약 15cm 절개해서 전립선 부근으로 접근합니다. 해부학적으로는 방광‧요도‧전립선이 있고, 그 뒤로 직장이 위치하는데 전립선과 직장 사이로 들어가서 수술을 시행합니다.

최한용 교수는 “전립선과 직장 사이를 박리해서 들어갈 때 주변 조직이 찢어지는 등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하면서 요도가 통과하는 전립선을 제거하기 위해, 방광과 전립선이 맞닿은 곳과 요도를 잘라서 전립선을 적출하고 다시 요도와 방광을 봉합한다”고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전립선이 제거된 방광과 지름 약 1cm의 요도를 연결할 땐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약 15바늘 정도 꼼꼼하고 정밀하게 봉합하기 때문에 전립선 적출술의 중요한 합병증 중 하나인 ‘요실금’ 발생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또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은 회음부를 통해 수술을 진행해서 복부 등 다른 외부로 드러나는 흉터가 없고, 특히 수술 중 출혈 등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최 교수는 “방광과 전립선 바로 위쪽으로 큰 정맥 혈관이 지나가는데 복부를 통한 수술 시에는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이 정맥을 안 건드릴 수 없어서 결찰을 해서 묶든 젖히든 처치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회음부 수술은 복부 수술과 달리 이 정맥을 건드릴 필요가 없어서 출혈이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립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주요 합병증인 발기부전은 발기와 관련된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아야 줄일 수 있습니다. 최 교수는 “전립선 좌우 양쪽에 발기와 관련된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데, 이 부위 손상을 줄임으로써 발기부전 합병증 발병률을 낮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립선암도 전이가 될 수 있어서 림프절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이에 따른 다리 부종 등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최한용 교수는 환자에 따라 림프절 제거가 필요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음부 수술 전에 작은 ‘절개창을 이용한 개복수술(mini laparotomy)’로 림프절을 제거합니다. 

최 교수는 “학회에서도 전립선암 환자의 림프절 제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며 ”때문에 진단‧치료 목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림프절을 살려서 환자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립선암 환자의 림프절 문제는 수술 후 피검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고, 이후 방사선‧수술 등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치료합니다.

▶국내 유일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 가능한 의사

최한용 교수는 미국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전립선암에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을 적용했습니다. 한 명, 두 명 환자 수술 케이스가 늘수록 수술이 익숙해지고, 결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립선암 환자가 적고, 수술 사례도 거의 없었던 1990년대 초반, 이 같은 수술 사례를 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최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이 생소하고, 활성화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회음부 전립선암 적출술을 진행하는 의사는 최한용 교수가 유일합니다. 술기를 배우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금은 최한용 교수의 제자이자 후배인 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정재용 교수가 최 교수의 모든 수술 과정에 참여하며, 익히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저에게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서 누군가에게 수술을 부탁해야 한다면 정재용 교수”라고 고민 없이 말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전립선암 수술 방법은 거의 대부분 복부를 통한 로봇 수술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의학 발전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의료기기 발달에 따른 로봇 수술의 대중화여서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최한용 교수는 환자가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술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는 “전립선암 로봇수술과 회음부 수술을 비교한 많은 연구 논문을 보면 암의 재발, 환자 만족도 등 다양한 치료 지표에 차이가 없고 거의 똑같다”며 “회음부 절제술은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비보험으로 진행하는 로봇수술에 비해 의료 비용도 약 3분의 1로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은 환자가 과거에 위장‧신장 등 복부 수술을 받아서 뱃속 장기들의 유착이 많아, 로봇‧복강경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에도 적합한 수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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