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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도 예외일 수 없다 ‘산재 사고사망’ 줄이려면
우리 가족도 예외일 수 없다 ‘산재 사고사망’ 줄이려면
  • 최수아 기자
  • 승인 2023.03.31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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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문화 등 여러 부분에서 크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예외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분야입니다. 

한국은 소득기준으로 유럽연합(EU) 27개국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산재사고사망자율은 약 3배나 높습니다. 2020년 EU의 산재사고사망자는 10만 명 당 1.77명인데, 한국은 4.65명에 이릅니다.

한국은 산재 사고에 따른 사망자가 많을 뿐 아니라 여러 명이 사망하는 후진적인 사고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성규 교수의 자문으로 우리 모두의 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산재 사망사고의 현실과 대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관련 법‧제도 개정했지만 '사고' 줄지 않아

국내 산재 사망사고와 관련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자 새로운 법‧제도가 추가됐습니다. 석탄발전소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산업안전보건법이 20년 만에 전면 개정된 것입니다. 

2008년에 냉동창고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40명의 근로자가 사망했습니다. 12년이 지난 2020년에 '정말 똑같은' 사고가 반복돼 38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후 도입된 것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법'(중대재해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줄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현재 무엇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산재 예방 ‘타깃’ 바로 잡아야”

우선 산재 예방 타깃이 잘못됐습니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산재가 줄지 않는 이유는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운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산재사고사망자를 보면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수는 전체의 60% 수준인데, 근로자 수 비중에 비해 20%가 더 발생한 셈입니다.

중대재해법이 시작되고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은 7%로 근로자 수 비중 17%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즉 노력해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재사고사망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재사망사고는 7%밖에 줄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산업 형태가 유사한 독일과 비교해, 산재보험 대상 근로자 수는 60%가 적은데 사업장 수는 90%에 이릅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업장 당 근로자 수가 비슷한데, 대기업에서는 독일이 사업장당 근로자 수가 1.5배 많습니다.

즉 한국은 대기업의 나라로 인식되는데, 실제 대기업에서 고용한 근로자 수는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기업의 많은 근로자들이 협력업체 형태로 외주화됐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소재한 어느 주소지에는 수백 개의 사업체가 등록돼 있습니다.

원래는 하나의 사업장인데 사내 협력업체로 분화된 것입니다. 주소지가 다른 외주 협력 업체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근로자 수 규모에 따른 재해율도 독일은 규모와 상관없이 유사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10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사고율이 5배나 높습니다.

대기업에 대해서만 압박을 가해서는 산재사망사고는 줄어들 수 없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원청에 안전보건 책임을 지우는 것처럼 제조업에서도 사내 협력업체에 대해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영향은 미흡합니다.

사내 협력업체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안전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많은 외주 협력업체에 대해선 실태를 알 수도 없고 접근도 어렵습니다.

▶“최저가 구매를 없애야 산재가 줄어든다”

둘째, 사회에 만연한 최저가 구매 정책을 없애야 합니다. 모든 사업장이 생산량 증가나 품질향상을 위해서 비용을 아낌없이 쓰고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지켜가며 그 제품을 생산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일부 안전부서에서 신경을 쓰더라도 구매는 구매부서의 몫이고, 구매부서는 무조건 최저가 구매입니다.

산재사망사고를 안전 선진국처럼 줄이려면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낮은 납품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안전을 우선이라고 부르짖는 대기업 또는 발주업체도 구매단계에서 안전을 평가에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품질과 가격만을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합니다.

대기업에서 우리 사업장은 안전한 사업장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안전하지 못한 사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 그 사업장은 안전한 사업장이 아닌 것입니다.

안전 선진국이 되려면 구매 단계에서 반드시 안전을 평가 요소로 넣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대기업은 많은 안전 컨설팅을 발주하고, 법적인 안전보건 사업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안전의 품질을 본다고 하지만, 구매부서에서 견적서를 내라고 하고 가격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 모든 품목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라는 항목을 평가 요소로 넣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안전한 일터는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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