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생애주기 동안 남성보다 많은 신체 변화를 겪습니다. 월경‧임신‧폐경을 거치면서 큰 너울처럼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산부인과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임신은 여성의 신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여성과 태아가 모두 건강 하려면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같은 임신‧출산 준비와 관리는 여성만의 몫이 아닙니다. 배우자도 함께 참여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부 공동의 과제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의 자문으로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임신‧출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임신과 출산은 한 여성과 가족들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이며, 행복한 순간입니다. 반면 임신과 출산 기간에는 엄청난 호르몬의 변화, 분만, 육아로 인해 발생할 현실적인 변화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과적인 질환에 무척 취약해지기도 합니다.
실제 약 30%의 산모는 출산 후 산후우울감을 호소하며, 많게는 10%의 산모가 출산 후 산후우울증에 합당한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조산 등의 임신 합병증이 동반되거나 신생아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산후우울증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출산 후 우울한 기분은 왜 생기는 걸까?
임신과 분만은 임신 자체에 영향을 받는 성호르몬 변화뿐 아니라 그 외 호르몬의 생성 기관 및 기전 및 면역 반응의 변화도 발생합니다.
특히 에스트로겐이라는 성호르몬 변화가 산후우울감을 발생시키는 호르몬 변화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상승하고, 분만 후 갑작스러운 에스트로겐 감소가 나타납니다.
에스트로겐은 우울증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수치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에스트로겐은 여러 작용을 통해 혈중 세로토닌 양을 증가시키는데, 임신 중 증가된 에스트로겐이 분만과 함께 갑작스럽게 감소하면서 세로토닌 양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줘서 우울감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임신 중 변화하는 모체에 대한 거부감, 분만 자체에 대한 공포, 아이의 건강에 대한 불안, 분만 후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걱정까지 더해집니다. 여기에 △조산 △임신중독증 △산후출혈 등의 임신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태아 기형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등의 신생아 문제가 함께 있는 경우, △경제적인 문제 △가정 폭력 등의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더 큰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산후우울감이 크고 산후우울증 발병 위험이 높습니다.
▶주산기우울증, 이렇게 진단해요
임신 중 우울증과 산후우울증을 통칭해서 주산기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9가지 증상 중 5가지가 2주간 지속할 때 우울증으로 진단합니다.
위와 같은 주요 우울증에 합당한 소견이 임신 기간과 산후 한 달 이내에 시작됐을 경우 주산기 우울증으로 진단합니다. 임신 중이나 산후에는 △피로감 △식욕변화 △수면변화 등의 우울증 증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는 이 기준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산기 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에딘버러 산후우울증척도’를 사용합니다. 에딘버러 산후우울증척도는 아래와 같으며, 합계 점수를 평가해서 진단합니다.
※ 주산기우울증 진단하는 ‘에딘버러 우울증 척도’
|
자주 그렇다 |
때때로 그렇다 |
거의 그렇지 않았다 |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사물의 재미있는 면을 보고 웃을 수 있다. |
0점 |
1점 |
2점 |
3점 |
어떤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
0점 |
1점 |
2점 |
3점 |
일이 잘못되면 내 자신을 탓했다. |
3점 |
2점 |
1점 |
0점 |
특별한 이유 없이 초조하고 불안했다. |
3점 |
2점 |
1점 |
0점 |
이유 없는 두려움 혹은 공포심을 느꼈다. |
3점 |
2점 |
1점 |
0점 |
나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버겁게 느껴진다. |
3점 |
2점 |
1점 |
0점 |
너무 불행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
3점 |
2점 |
1점 |
0점 |
슬프고 비참한 기분이 든다 |
3점 |
2점 |
1점 |
0점 |
너무 불행해서 눈물이 났다 |
3점 |
2점 |
1점 |
0점 |
자해 또는 자살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3점 |
2점 |
1점 |
0점 |
* 0~8점: 정상, 9~12점: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 13점: 심각한 산후우울증
▶주산기우울증의 약물 치료 & 비약물 치료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 중 약물 사용을 걱정해서 치료에 소극적입니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은 주산기우울증은 임신 중 불량한 영양섭취 및 휴식을 유발할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여러 임신합병증을 일으킵니다.
또 소홀한 산전 진찰 때문에 여러 임신 합병증의 발생을 간과해서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에 내원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임신 중 음주에 따른 태아알코올증후군으로 출생아의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자살 또는 신생아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산기우울증의 치료법에는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적인 치료가 있습니다. 정도가 약하거나 약물 사용에 따른 태아 기형 위험도가 높은 초기 임신의 경우에만 비약물적인 치료를 진행합니다. 비약물적인 치료법에는 △인지치료 △면담기법 △행동치료 △명상 등이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우울증의 정도가 중등도 이상이고, 이유 없는 초조함〮불면 같은 신체 증상이 있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또 우울증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있는 경우, 특히 4번 이상의 우울증 재발이 있었던 경우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합니다.
우울증이 심하면 망상〮환청이 발생하거나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치려고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경우 입원치료를 합니다.
약물 치료 시에는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초기 임신에서는 유산 위험성을 높여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가 조산 및 태아 기형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이 결과는 연구마다 달라서 명확한 관계를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 약물 치료 vs 비약물적인 치료
① 약물 치료
-우울증이 중등도 이상이고, 이유 없는 초조함〮불면 증상이 있을 때 고려
-우울증 가족력이나 본인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시행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를 우선적으로 처방하며, 초기 임신의 유산 위험을 높여 주의해서 사용
② 비약물적인 치료
-우울증 정도가 약하거나 약물에 따른 태아 기형 위험이 높은 초기 임신에 적용
-인지치료, 면담기법, 행동치료, 명상 등 진행
▶건강한 임신을 위해 ‘우울&불안 검사’ 권고
임신과 산욕기 기간 중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우울과 불안에 대해 검사가 권고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산전 진찰 중 한 번 그리고 산후 진찰 시 한 번입니다. 언급한 진단 기준에 대한 것뿐 아니라 관련된 질환으로 이전에도 병원 진료를 본 적이 있는지, 혹시 우울증 위험 인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직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아서 치료가 꺼려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주산기우울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선별 검사 과정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임신과 출산 그리고 행복한 가족을 위해서 산모의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새 생명의 소중한 탄생에 대한 기쁨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임신 중 마음 건강도 챙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취재 도움 :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