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기 위해 오랜시간 비행기에 가만히 앉아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직업의 특성 때문에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근무하는 직군도 흔합니다.
이처럼 다리의 움직임이 급감해 다리 정맥의 피가 정체하고, 결국 혈전(피떡)이 생겨서 혈관을 막는 질환을 ‘심부정맥 혈전증(깊은 정맥 혈전증)’이라고 합니다.
장시간 앉거나 누워있는 상황에서 다리의 △부종 △저림 △열감 △통증 △피부색 변화 등이 나타나면 심부정맥 혈전증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심부정맥 혈전증은 다리 증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맥에서 생긴 혈전(피떡)이 폐동맥으로 흘러가서 이곳을 막는 ‘폐색전증’으로 이어지면 사망 위험까지 증가합니다.
하지만 심부정맥 혈전증에 따른 증상을 다리 피로에 따른 단순 근육통 등으로 여겨서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발생 원인과 증상 특징 그리고 합병증을 막는 치료‧예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심부정맥(deep vein)은 팔‧골반‧다리 등의 깊은 부위에 위치한 굵은 정맥입니다. 심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주요 통로이며, 이곳에 혈전(피떡)이 생긴 것이 ‘심부정맥 혈전증(DVT‧deep vein thrombosis)' 입니다.
혈전은 우리 몸의 정맥 어디에든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심장에서 가장 먼 부위인 다리 정맥에서 잘 만들어집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이 다리에 잘 나타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양태일 교수는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다리 근육의 펌프 작용이 감소한다"며 "결국 다리 정맥 내 혈류가 느려져서 혈전이 잘 생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우리 몸의 상태가 혈전을 만들기 쉬운 조건이 돼도 심부정맥 혈전증 발생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표적으로 임신부와 암 환자가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출산 시 출혈을 줄이기 위해서 혈액 응고 물질이 증가하고, 커진 자궁이 골반과 하대정맥을 눌러서 다리 쪽 정맥 혈류가 잘 정체됩니다.
암에 따른 일부 종양은 응고 인자를 과도하게 분비해서 혈전 생성을 촉진하고, 만성 염증과 항암치료에 따른 혈관 내피 손상도 혈전이 만들어지는 주요 원인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하면 혈전이 정맥 혈관 일부를 막아서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깁니다. 양태일 교수는 "이런 문제가 작은 혈관에 나타나면 증상과 부작용이 적지만, 골반‧허벅지처럼 큰 정맥을 막으면 다리 전체 혈류가 급격히 떨어져서 근육‧피부에 허혈성 손상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우 주요 증상은 다리 혈관을 따라서 열감과 불편함이 발생하고, 발목을 움직일 때 종아리에서 통증이 느껴집니다.
또 혈전이 생긴 쪽의 다리가 붓고, 둘레가 커지며,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오목하게 들어가서 자국이 남기도 합니다. 피부 색이 붉거나 푸르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심부정맥 혈전증을 방치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인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폐색전증은 다리 정맥에서 혈전이 떨어져 나와서 혈류를 타고 대정맥을 지나, 심장으로 들어간 후 폐로 가는 폐혈관을 막는 것입니다.
양태일 교수는 "폐색선증이 발생하면 갑자기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흉통이 동반할 수 있으며, 쇼크로 어어져서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산소 치료, 인공호흡기 등 즉각적인 응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조기에 치료가 이뤄지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 가능합니다. 때문에 다리에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이 찾아오면 미루지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치료 목표는 혈전 생성과 미치는 영향을 막고, 폐색전증 같은 심각한 급성 합병증은 물론 장기적인 후유증까지 예방하는 것입니다.
심부정맥 혈전증 진단 후 1차 치료법은 경구용 항응고제 복용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항응고제를 복용해서 혈전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고, 일부 혈전을 녹여서 폐색전증으로 진행하는 위험을 줄입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항응고제 사용이 어려우면 시술‧수술을 고려합니다. 이와 관련 뇌출혈, 위장관 출혈을 경험한 환자는 항응고제 투여 시 재출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약물 사용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수술 직후 환자도 항응고제 복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양태일 교수는 "이처럼 약물 치료가 힘든 상황이거나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면 혈류를 신속하게 회복시키는 시술이 권고된다"며 "골반‧허벅지 부위 대정맥에 혈전증이 발생하고, 심한 다리 통증과 부종이 동반하면 시술을 통해서 직접 혈전을 제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요 시술법은 '혈전 제거술'과 '카테터 유도 혈전 용해술(CDT)'이 있습니다. ‘혈전 제거술’은 얇은 카테터를 혈관 내에 넣어서 혈전을 흡입하거나 분쇄하는 방법입니다. ‘카테터 유도 혈전 용해술’은 카테터를 통해서 혈전 부위에 용해제를 국소적으로 주입해, 혈전을 녹입니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면 '외과적 혈전 제거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골반‧다리 정맥을 절개해서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인데, 시술로는 혈류 회복이 어렵거나 조직 괴사 위험이 큰 중증일 경우 고려합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서 가슴을 열고 진행하는 개흉 수술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폐색전증이 동반하고, 환자의 혈압‧호흡‧맥박 등 생체 징후가 불안정하면 개흉 수술을 통해서 폐혈관을 열고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폐혈전 제거술'을 진행합니다.



심부정맥 혈전증 환자 상태에 따라서 '하대정맥 필터(IVC Filter)'를 넣기도 합니다. 다리 정맥에서 만들어진 혈전은 심장과 폐로 이어지는 하대정맥을 지납니다, 이 부위에 필터를 넣으면 혈전이 폐혈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서 폐색전증을 예방하거나 질환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대정맥 필터는 대량 출혈 중이거나, 외상으로 크게 다친 상태, 뇌출혈로 항응고제 사용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간혹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리 혈관을 통해서 가슴 높이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뒤 필터를 설치하는 시술로, 부작용이 적고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하지만 혈관을 통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 부위 통증이나 국소적인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필터를 설치한 후 혈액 흐름의 영향으로 필터가 서서히 위치를 바꾸거나,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동할 위험성도 있어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하고, 치료 후 재발을 줄이려면 다리 정맥의 혈류가 정체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이미 심부정맥 혈전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발병 위험이 높으면 전문의와 정기적인 상담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비행기를 장시간 탈 경우 1시간에 한 번씩 다리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하며 몸을 움직이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수술을 받은 후나 투병으로 오랜 기간 누워서 지내는 환자도 다리 마사지를 해주는 게 좋습니다.
부득이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한다면, 앉은 자세에서도 간단한 운동으로 다리 혈류 흐름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발끝을 위‧아래로 20~30회 움직이거나,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목을 원을 그리듯 회전시키는 동작은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완을 도와서 정맥 순환을 돕습니다.

양태일 교수는 "진료 후 의료용 압박 스타킹 착용도 권고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압박 스타킹은 발목에서 위로 갈수록 압력이 줄어드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에 다리 정맥의 혈액이 다리에 머물지 않도록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임신부는 압박 스타킹 착용 시 정맥 혈류를 개선할 수 있어서 착용을 권장합니다. 또 만성 질환으로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서 지낼 땐 다리를 약간 높게 두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