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문을 살리지 못해서 변 주머니를 달면 어쩌지‧‧?”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치료 전 가장 걱정하는 신체 변화 중 하나일 것입니다.
전체 대장암의 절반가량이 항문과 가까운 직장에 발생합니다. 진행된 직장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항문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치료 방법의 한계로 항문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행항암방사선치료 같은 다학제 치료,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밀한 수술 계획, 고배율 시야 확보가 가능한 복강경과 로봇 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의 도입, 수술 술기의 표준화와 기구의 발전 그리고 전문화된 대장항문외과의의 수술 경험 축적에 따라 항문 보존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복강경‧로봇을 이용한 대장암 최소 침습 수술은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서 대장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대장암의 발병 원인과 특징 그리고 합병증을 줄이면서도 회복을 빠르게 해주는 치료법인 최소 침습 수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소화기관의 마지막 관문 ‘대장’

우리가 먹은 음식은 입에서 잘게 쪼개진 후 식도를 거쳐 위로 이동합니다. 위에서는 음식을 위액과 섞어, 유동적인 죽 상태로 만듭니다.
이후 음식은 소장으로 보내져서 영양분이 흡수되고, 대장에선 수분을 빨아들인 후 남은 찌꺼기를 대변의 형태로 보관했다가 직장을 거쳐서 항문을 통해 배출합니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 중 마지막 관문인 ‘대장’은 성인 기준 길이가 약 1.5m입니다. 대장은 사람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 큰 물음표(?)에 가까운 모양으로 뱃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크게는 몸통에 해당하는 ‘결장’과 항문에 근접한 ‘직장’으로 나누며, 세부적으로는 ‘?’ 자의 왼쪽 시작점부터 시계방향으로 △상행 결장 △횡행 결장 △하행 결장 △에스(S) 결장 △직장으로 구분합니다.
이렇게 음식 속 수분을 흡수하고, 대변을 저장하였다가 배출하는 장기인 대장에 발생하는 암이 ‘대장암’ 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외과 정경욱 교수는 "예전에 비해 신체 활동이 줄어들고, 붉은 육류와 햄 등 가공육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대장암 환자는 대폭 증가했다"며 "암은 유전적 소인과 여러가지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여서 한 가지 요인으로 대장암의 발생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다한 동물성 지방 섭취 및 가공육 소비, 비만, 신체활동 부족, 음주, 흡연 같은 생활습관과 관련된 여러 환경 요인을 비롯해서 만성 염증을 동반하는 장질환, 가족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증 같은 유전성 대장암에 관여하는 유전자 이상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누적돼서 대장암을 발생시킵니다. 이 중 우리 스스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피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대장암 환자들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을 발견하고 진료실을 찾습니다.
진행된 대장암의 경우 약 70%의 환자에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장암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혈변 △배변 시 통증 △변비 △배변 후 잔변감 △복부 팽만 △설사 △소화불량 △체중 감소 △출혈에 따른 빈혈 증상 등입니다.
정경욱 교수는 "이러한 증상은 대장‧항문의 양성 질환이나 기능성 질환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별다른 검사 없이 개인이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검진이나 진료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Check!] 대장암은 얼마나 발생할까?

우리나라에서 대장암은 얼마나 발생할까요? 대장암 발생률은 2011년 이후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두 번째로 흔한 암입니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새롭게 진단된 대장암 환자는 3만3,158명이었습니다. 이는 전체 암 환자의 11.8%에 해당하며,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입니다. 전체 암 환자 100명 중 약 12명이 대장암을 앓고 있으며,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64.7명입니다.
연령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60대가 26.3%로 가장 많았고, △70대 21.7% △50대 19.6% 순이었습니다. 대장암 환자 2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인 셈입니다. 성비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아 1.5 : 1로 나타났습니다.

▶완치 위한 근본 치료 ‘수술적 절제’

대장암은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서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합니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장암 중 결장암과 직장암 비율은 각각 53%, 47%로 비슷합니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반드시 걱정과 두려움에만 휩싸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장암의 5년 생존률은 74.6%로, 전체 암 평균인 72.9%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대장암 환자 10명 중 7.5명이 완치에 가까운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정경욱 교수는 "이러한 긍정적인 치료 결과는 조기에 진단될수록 더 높아진다"며 "암이 대장 밖으로 퍼지지 않고 발생 부위에만 머물러 있는 초기 국한 병기의 경우 5년 생존률은 94%에 이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장암 환자의 높은 완치율은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학제 치료에 기반합니다. 대장암 치료제 적용하는 주요 방법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입니다.
대장암의 병기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법의 적용 순서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완치가 가능한 병기의 대장암 환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치료법은 바로 ‘수술’입니다.
대장암 수술은 혹시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까지 깨끗하게 제거하기 위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종양만 절제하지 않습니다. 암이 퍼질 수 있는 해부학적 범위를 고려해서 정해진 넓은 범위를 일괄적으로 절제하는 ‘근치적 수술’을 시행합니다.

▶ 최소 침습 수술, 환자 회복‧삶의 질↑

과거의 복부 수술은 복벽에 20~30cm가량의 큰 절개를 가해서 복부를 열고 진행하는 개복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개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복강 내에 접근해서 진행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도입되며, 이제는 훨씬 적은 상처로도 과거 개복 수술과 동일한 범위의 수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비교했을 때 생존율‧재발률 등 종양학적인 치료 성적이 거의 비슷하면서도 △통증 감소 △빠른 회복 △합병증 감소 △흉터 최소화 등 다양한 이점을 갖춘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정경욱 교수는 "대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절개 범위가 작고 통증이 적은 최소 침습 수술의 이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장암의 최소침습수술은 복벽에 5~10mm가량의 작은 절개청 4~5개를 내서 진행합니다. 이 구멍을 통해 복강경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삽입해, 종양을 중심으로 대장을 절제하고 다시 연결합니다. 수술이 종료되면 잘라낸 종양과 주변 조직을 꺼내기 위해 만든 5~6cm의 절개 부위만 작은 흉터로 남게 됩니다.
정경욱 교수는 "최근에는 배꼽 부위에 3~5cm 절개창 하나만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도 활용되고 있다"며 "대장암의 크기가 작고, 암의 위치가 이 수술에 적합한 경우에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최소 침습 수술은 일반적인 복강경 기구를 이용해서 시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해상도 3D 영상을 기반으로 한 로봇 수술 시스템을 통해 더욱 정밀하게 수행될 수도 있습니다.
▶항문 보존을 위한 직장암 치료법

국소적으로 진행된 직장암의 경우 수술 전에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해서 종양을 축소시키면 항문 보존과 재발률 감소에 도움이 됩니다.
정경욱 교수는 "초기 직장암은 수술 없이 내시경 절제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다만, 초기 직장암이어도 종양의 침윤 깊이가 깊거나 내시경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또는 절제는 했지만 림프관이나 혈관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경우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한 근치적 절제가 표준 치료법이지만, 최근에는 국소 절제 후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서 항문은 물론 직장까지 최대한 보존하려는 치료 방법도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에는 항문을 통해 복강경 카메라와 기구를 삽입해서 시행하는 ‘경항문 내시경 미세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Doctor's Pick!
한국인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붉은 육류와 가공육의 과도한 섭취, 음주, 흡연, 비만 등 잘못된 환경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대장암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항문을 보존하고,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입니다.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 성인이라면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약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