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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심실비대증의 1차 검사법인 심장초음파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추가하지 않아도 원인 질환들을 높은 정확도로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교수팀이 심장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좌심실비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까지 분석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에 최근 게재됐다.
윤연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좌심실비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1차 검사인 심장초음파 단계에서 원인 질환을 보다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심실은 폐에서 산소를 받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심장의 핵심 부위다. 이 같은 좌심실의 벽인 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서 심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좌심실비대’라고 한다.
주요 발병 원인은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 등이다. 특히 원인 질환에 따라서 치료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성 심장병’은 오랜 기간 이어진 고혈압의 영향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며, 심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요인 등으로 좌심실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져서 심장 수축‧이완 기능에 장애가 생긴 병이다.
심장 아밀로이드증은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심장 근육에 침착해서 심장 벽이 단단해지고, 두꺼워지며, 점차 심장 기능이 약해지는 질환이다.
※ 좌심실비대증도 부르는 ‘파브리병’의 초기 심장 문제 의심 증상(힐팁 DB)
-심장 박동 변이
-심장박동이 갑자기 빠르거나 늦게 뛰는 부정맥
-심전도 검사 시 심방과 심실이 흥분하는 시점 사이(PR)의 간격이 짧은 경우
좌심실비대 진단에는 심장초음파가 1차 검사로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검사자의 육안으로는 심실 내 미세한 구조 차이를 구분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진단이 지연되면 치료가 늦어지고, 심부전‧돌연사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보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법이 필요했다.
이에 윤연이 교수팀은 심장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 AI 기반 진단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심장초음파 영상에서 심근의 미세한 패턴과 형태 변화 등 총 1만9839개의 특징 정보를 수치화해서 AI가 질환별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좌심실비대 여부 진단 및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구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외부 병원의 독립된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서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비후성 심근병증 96% △심장 아밀로이드증 89% △고혈압성 심장병 83%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AI 모델이 세 가지 질환 모두 매우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혈압성 심장병의 진단 민감도는 기존 심장초음파 방식에서 33%였지만, AI 모델에선 2.5배 이상 향상됐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F1 점수도 0.57에서 0.87로 높아져, 전반적으로 AI 모델이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진단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비율이며, F1 점수는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 지표다.
또 AI가 분석 과정에서 중요하게 판단한 영상 부위가 시각적으로 나타나, 의료진이 직접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어서 진단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윤연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진단이 어려운 파브리병‧다논병 등의 희귀 질환이나 운동 선수에게 나타나는 생리적 좌심실비대의 감별을 돕는 AI 모델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