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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을 먹었을 뿐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모든 피부가 괴사해서 벗겨진 20대 남성 환자가 발생했다. 어떻게 됐을까?
충북대병원은 전국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해서 사망할 수도 있었던 중증 희귀 피부 질환자를 치료해서 회복시켰다고 밝혔다.
환자의 사연은 이렇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28세 남성 박모 씨. 지난 4월 18일경 감기 증상으로 약을 복용한 뒤 발열과 발진이 발생했다. 이후 전신 피부가 벗겨지며,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박 씨는 집 근처 의료기관을 찾았고, ‘독성표피괴사용해(TEN‧Toxic Epidermal Necrolysis)’로 진단받았다.
‘독성표피괴사용해’는 약물 등의 원인으로 전신 피부와 점막이 괴사·탈락하는 희귀 중증 피부질환이다. 특히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서 즉각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부산, 대구, 경상남·북도 등 일대 의료기관을 수소문했지만 모두 박 씨의 입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 씨는 결국 충북대병원 응급실을 통해 긴급 이송됐다.
박 씨는 충북대병원 내원 당시 전신 피부 100%에서 괴사 및 표피용해가 진행된 상태였다. 표피용해는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가 분리되며 벗겨지는 현상으로, 심하면 화상과 비슷한 손상이 발생한다.
박 씨는 얼굴·구강·식도·눈·성기 등 주요 점막 부위까지 병변이 퍼져 있었다.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상태였고, 성기 점막의 광범위한 탈락 때문에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환자는 응급실 경유 후 당일 밤 병동에 입원 했다. 의료진은 신속히 약물 치료를 포함한 초기 치료에 착수했다. 이후 관련 진료과와의 협진을 통해 눈‧피부‧성기 등 주요 부위 상태를 확인하고, 영양 공급 등 전반적인 회복을 위한 치료를 병행했다.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특히 이번 치료에선 진료지원전담간호사(PA)의 역할이 크게 기여했다. 진료지원전담간호사는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서 진료‧처치‧드레싱 등을 수행하며, 환자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고숙련 간호 인력이다.
박 씨는 전신 피부 손상이 심했던 만큼 화상 환자에 준하는 드레싱이 필요했고, 지정 의사인 알레르기 내과 강민규 교수와 고민정 진료지원전담간호사는 매일 1~2시간씩 얼굴‧팔‧다리‧몸통‧성기 부위까지 전신 드레싱을 함께 시행했다.
부위별로 상처 관리 방식이 달라서 고도의 숙련과 집중이 요구되는 치료였다. 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 등으로 인해 지정 의사가 수시로 병실에 머무를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고민정 진료지원전담간호사가 병동과 외래를 오가며, 환자의 상태를 직접 파악하고 진료실과 병실 간 가교 역할을 했다.
병동 간호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환자의 △통증 △상처 변화 △치료 반응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 다학제 협진, 진료지원전담간호사의 적극적인 간호가 이어진 결과 환자 박 씨의 전신 증상은 점차 개선됐고, 지난주 퇴원했다.
박 씨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팠고, 어디도 받아주지 않아서 절망했다”며 “하지만 충북대병원 의료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를 진행해 줘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알레르기내과 강민규 교수는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했던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의료진이 모두 책임감을 갖고 치료에 임한 결과 좋은 경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