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심‧뇌혈관 합병증을 정밀 검사 없이 현장에서 간단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AI가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해서 30일 내에 심‧뇌혈관 질환 발병률을 가늠해서 알려준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는데, 분석 정확도도 기존 방법보다 훨씬 우수하다.

최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의료기술의 발달에 힘입어서 65세 이상 노년층 환자들의 암‧관절 등 다양한 수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서정원 교수 연구팀(순환기내과 권주성 교수, 안형범 전임의, 디지털헬스케어연구사업부 유수영 교수)은 심장을 제외한 수술을 받은 고령 환자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해서 수술 후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머신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정원 교수는 “고령 환자는 비슷한 연령이어도 건강 상태의 편차가 커서 수술 후 심‧뇌혈관 합병증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병원의 시스템과 연계해, 의료진들이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고령 환자의 심근경색증‧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은 간과할 수 없는 수술 후 합병증 중 하나다. 

나이가 많을수록 △고혈압 △당뇨병 △심장 질환 등 만성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한데, 수술 과정의 △전신마취 △수술 중 출혈 △염증 반응 등에 노출되면 심‧뇌혈관계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선 수술 전 ‘RCRI(Revised Cardiac Risk Index)’라는 도구를 사용해, 환자의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를 평가한다. 

그러나 RCRI는 △나이 △심장질환 병력 △수술 유형 등 제한된 정보만을 이용해서 분석한다는 점이 한계다.

특히 △혈액검사 결과 △복용 중인 약물 △과거 진단명 등 중요한 정보들이 빠져 있어서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고, 의료진들이 실제 환자의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심‧뇌혈관 질환 예방 핵심 ‘혈압 관리’(힐팁 DB)
-혈압을 자주 확인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겨울에는 새벽 운동‧등산을 피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자제한다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해소한다  
-먹고 있는 혈압 약을 임의로 끊지 않는다 
-과도한 힘을 주는 변비 예방을 위해 섬유질‧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혈압 수치가 정상보다 높을 땐 운동을 피한다 
-너무 높은 온도의 사우나, 5분 이상 탕목욕을 자제한다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인 2300mg(소금 6g)을 지킨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통해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에 수록된 △혈액검사 결과 △기저 질환 △복용 약물 △수술 유형 등 종합적인 정보를 분석해서 심장 수술을 제외한 일반 수술 후 30일 내에 발생할 수 있는 심‧뇌혈관계 합병증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에는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만6000여 명의 데이터가 사용됐으며, 서울아산병원 코호트를 통해 외부 검증을 수행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은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곡선하면적(AUROC)이 최대 0.897 수준으로, 기존 표준 평가도구인 RCRI의 0.704와 비교 시 월등히 뛰어난 예측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별도의 정밀 검사 없이 현장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환자의 수술 후 심‧뇌혈관계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팀에 따르면 표준화 과정을 거쳐서 개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병원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수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