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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빠른 뇌경색 환자 생명 살리려면
심박수 빠른 뇌경색 환자 생명 살리려면
일반적 심박수보다 사망률 2배‧‧‧‘베타 차단제’ 복용 시 사망률 31%↓
장기 복용해야 효과적‧‧‧복용하던 사람이 중단하면 오히려 사망률 증가
  • 최수아 기자
  • 승인 2025.04.0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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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23RF.com]
[출처 : 123RF.com]

급성 뇌경색 중에서도 사망률이 2배 높은 고심박수 환자에게 ‘베타 차단제’를 장기간 복용케 하면 사망률이 최대 31%나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뇌경색 발병 전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던 환자가 발병 후 한 달 내에 복용을 멈추면 오히려 사망률이 증가했다.  

‘베타 차단제’는 교감 신경의 아드레날린작동성 수용체 중 β-수용체만 차단하는 약으로, △부정맥 △심근경색증 △고혈압 등의 질환에 사용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이건주 교수 연구팀이 급성 뇌경색 발병 후 심박수가 높은 환자에게 베타 차단제를 꾸준히 투여하면 장기적인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뇌경색 환자 중에서도 고심박수라는 명확한 고위험군에 대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향후 무작위대조연구를 통해, 뇌졸중 후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추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논문은 국제저널인 ‘미국심장협회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전국 20개 병원이 참여한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CRCS-K-NIH)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연계해서 진행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등록된 5000여 명의 환자를 최대 10년간 추적 관찰한 대규모 분석 연구다.

뇌경색은 뇌에 산소 및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뇌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서 혈전용해제 또는 스텐트 삽입술 등을 통해 혈관을 재개통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반신마비 △언어장애 △삼킴장애 등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 이런 증상 있으면 뇌경색 의심(힐팁 DB)
-신체 한쪽 얼굴‧팔‧다리의 저림, 힘 빠짐, 마비   
-똑바로 걷기 힘든 균형 감각 이상 
-시력 저하 및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말을 하거나 알아듣는 것이 어려운 언어장애 
-갑자기 발생하는 두통‧구토‧어지럼증   

이 같은 급성 뇌경색은 발병 당시 치료만큼이나 장기적인 예후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측정되는 활력 징후 중 하나인 심박수는 예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는 분당 60~100회다. 하지만 일부 뇌경색 환자들은 발병 초기 분당 100회 이상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고(高)심박수 상태를 보인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은 뇌 손상에 따른 △자율신경계 불균형 △전신 염증 반응 △심방세동‧관상동맥질환 등 숨겨진 심장질환의 존재를 시사한다. 

고심박수 뇌경색 환자는 심박수가 정상인 환자보다 사망률이 최대 두 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고심박수 뇌경색 환자에 대한 명확한 치료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심박수를 낮추는 기전으로 고혈압‧심부전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베타 차단제’의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하지만 뇌졸중 환자에 대한 장기 연구가 부족해서 표준적으로 사용하진 않는다.

이에 연구팀은 심박수가 높은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베타 차단제를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장기 생존율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뇌경색 발병 후 3~7일 사이에 최대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상이었던 환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베타 차단제 복용 여부에 따라 △지속 복용군 △중단군 △비복용군으로 분류하고, 최대 10년 장기 예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베타 차단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한 고심박수 뇌경색 환자는 비복용군보다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병 후 1년 시점에서는 복용 그룹의 사망률이 약 18% 낮다가, 30개월 시점에는 31%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사망률 감소 효과는 △75세 미만 △심방세동 및 관상동맥질환 환자 △평균 심박수가 높은 환자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다가 발병 1개월 내에 중단한 환자는 전혀 복용하지 않았던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17% 더 높았다. 

이는 발병 이전부터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고 있었다면 뇌경색이 나타나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외 진료표준지침에는 뇌경색 환자에 대한 베타 차단제 사용이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연구는 심박수가 높은 고위험 환자에게 베타 차단제가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새로운 표준 치료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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