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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좋으니 중독돼도 괜찮다?
운동은 좋으니 중독돼도 괜찮다?
조절 필요한 위험 신호 ’7가지‘
  • 최수아 기자
  • 승인 2025.03.2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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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들어서며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를 깨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운동’은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필수 요소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특히 운동을 하는 사람의 △체력 △신체 상태 △질환 유무 등 조건이 모두 달라서 운동 가이드라인에서 항상 ‘적절한’이라는 조건을 언급합니다.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운동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나이와 체력, 컨디션 등을 무시한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관절을 비롯해서 신체 곳곳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하는 상태를 ‘운동 중독’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운동 중독의 개념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운동 중독의 특징과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중독’

사람들은 수많은 물질과 행동에 어느 정도 '중독(addition)'된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커피 △알코올 △담배 등의 기호 식품은 대표적인 중독 유발 물질입니다. 

이 외에 스마트폰과 △짠 맛 △단 맛 △감칠 맛 등 혀를 즐겁게 하는 자극적인 음식에도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이주강 교수는 "비만인 사람들이 쉽게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포만감 중독'이 한 원인으로 제시된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운동도 '중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독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물질이나 행동에 비정상적으로 내성을 가지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마약‧알코올 중독에 빠지면 통상적인 용량보다 많은 양과 농도로 이용해도 효과가 감소하는 ‘내성’이 생기고, 정신적‧신체적으로 ‘의존성’이 생겨서 점점 더 중독이 심해집니다.

행동에 대한 중독도 있는데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 △섹스 중독 등입니다. '운동 중독'도 행동 중독의 한 종류지만, 아직 정식 질병명이나 진단명으로 공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주강 교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진단명 체계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에선 행동 중독을 진단에 포함 시켰다"며 "운동 중독을 과다행동 양상이나 행동 중독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과다한 운동 행동이 정신 질환이나 특징적인 증상과 징후를 보이는 공인된 진단명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운동 중독에 빠졌다는 ‘7가지’ 신호

중독 자체가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적당한 정도의 중독 상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강하거나, 너무 많은 양의 운동을 강박적으로 하는 것은 마치 약물중독처럼 일종의 중독과 비슷한 행태로 볼 수 있습니다.

운동을 강하게 또는 많이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중독 상태라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내성 △통제 불능 △금단 현상 △계획 준수 실패 △과도한 시간 소비 △운동 외 활동의 감소 △운동 중단 실패 등 크게 7가지 행동들이 동반하면 ‘운동 중독’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첫째, ‘내성’은 운동의 양과 강도를 지속적으로 올려야만 기대하는 수준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금단 현상’은 운동을 안하거나 못했을 때 우울감‧죄책감을 느낍니다. 또 안절부절하거나, 잠도 잘 못잡니다.

셋째, ‘통제 불능’은 일정 기간 동안이라도 운동 강도나 횟수를 낮추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것을 말합니다. 넷째, ‘계획 준수 실패’는 계획된 운동 루틴을 어기고, 계속 강도나 횟수를 올립니다.

다섯째, ‘과도한 시간 소비’는 운동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고, 운동 후 회복하는데 과도한 시간을 소비합니다. 여섯째, ‘운동 외 활동의 감소’는 운동을 위해 직업, 사회활동, 취미활동을 줄이거나 없애는 상태입니다.

이주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운동 중단 실패’는 운동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알아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달리기가 삶의 전부인 A씨의 사례

40대 후반 중년의 건강한 남성 A씨는 10년 이상 달리기를 했습니다. 1년에 네 차례이상 마라톤 대회도 출전해서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입니다. 마라톤 동료들 사이에서도 자타공인 최고로 인정받습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평소에도 일주일에 5번 이상 10km 이상을 달렸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거르지 않고 항상 달리기를 하고, 저녁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으며 달리기만 했습니다.

A씨는 수개월 전부터 무릎과 발이 아팠지만, 조금 뛰다 보면 통증이 줄어서 달리기를 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진단 결과 무릎에 관절염과 인대염이 있었고, 발바닥은 족저근막염 상태였습니다. 치료를 위해 당분간 달리기를 중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이후 A씨는 달리기에 대한 ‘운동 중독’ 현상을 보였습니다. 며칠 운동을 쉬었지만, 결국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며 또 달리기를 이어갔습니다. 

A씨는 “운동 중단을 시도했지만, 안 뛰고는 못 배기겠어서 결국 진통제를 먹고 달리기를 했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후 진행한 진료 결과 A씨의 관절염은 점차 악화됐습니다.

A씨의 사례는 위에서 살펴본 운동 중독 증상과 판단 조건을 여러 가지 충족하고 있어서 '운동 중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구 3% 운동 중독, 오늘 점검해보세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고강도로 뛸 때 찾아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현상으로 희열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달릴 때마다 그 상태에 이르기 위해 운동 강도를 과다하게 올리고 자주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달리기, 등산, 자전거, 수영 등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 뿐만 아니라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도 과도한 무게와 횟수를 설정하고, 목표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2011년 Sussmann 박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3%가 운동 중독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운동 중독에 빠지면 스스로 운동 횟수와 강를 조절할 수 없어서 오히려 과다 운동에 따른 부상 위험이 높습니다.

결국 지나친 운동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증가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 정상적인 생활과 활동에 큰 지장이 생기기도 합니다.

때문에 운동 중독에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해선 ‘건강한 운동 수준’에서 '중독 수준‘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자가 조절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현재 운동을 하는 것이 내 생활에서 1순위는 아닌지 △부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을 중단할 수 없는지 △운동을 통해서만 가장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지 등 운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중독 상태인지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강 교수는 "우리가 더 멀리, 더 빨리, 더 자주 달리기 위해서만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달리고, 더 무겁게 덤벨을 들고 있을 ’운동 중독자'라면 진정한 의미의 건강을 위해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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