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키가 또래 친구들보다 당장 많이 큰 상황이, 장기적으로도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성조숙증’의 올바른 이해 A to Z
▶
Q.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친구보다 키가 많이 커서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해요.
아이가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인데 친구보다 키가 한뼘 정도는 더 크다면 무조건 좋아할 일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춘기가 너무 빨리 찾아온 ‘성조숙증(precocious puberty)’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조숙증’으로도 부르는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인 사춘기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지나칠 정도로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성조숙증 때문에 성장호르몬이 너무 일찍 많이 분비돼서 또래 친구들보다 이른 시기에 키가 많이 자라지만, 결국 성장판이 일찍 닫혀서 애초에 예상되었던 최종 성인키보다 훨씬 덜 자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 성조숙증 아이, 최종 성인키 작아지는 이유
-성호르몬이 너무 어린 나이에 과도하게 분비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1~2학년 때 키가 또래 친구들보다 한뼘 이상 더 크다
-일찍 분비된 성호르몬 탓에 성장판이 너무 빨리 닫히게 된다
-결국 애초에 예상됐던 최종 성인키보다 훨씬 덜 자라는 성장 문제가 발생한다
▶
Q. 성조숙증에 따른 건강 문제는 키 성장부진만 있나요?
성조숙증은 키 성장부진 이외에도 아이의 건강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정신건강학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성조숙증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자 아이는 만 8세 전에 유방‧음모가 발달하기 시작하고, 만 10세 미만 나이에 너무 빠른 초경을 시작하며, 남자 아이는 만 9세 전에 고환‧음모가 발달합니다. 이처럼 또래보다 너무 일찍 발달한 신체 외모 때문에 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서 친구 관계는 물론 학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외에도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인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져서 다양한 만성 질환 위험성이 커집니다.
특히 여자 아이는 평생 동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서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다양한 여성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난임‧불임으로도 흔히 이어집니다.
※ 성조숙증에 따른 우리 아이 ‘건강 문제’
-친구보다 앞선 신체 발달 때문에 스트레스 증가
-여자 아이는 초경이 너무 빨라서 여성암‧난임‧불임 위험↑
-소아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져서 만성 질환 발병률 증가
▶
Q. 그럼 아이의 성장 걸림돌이 되는 성조숙증은 왜 발생하나요?
성조숙증을 이해하려면 우선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따른 호르몬 변화를 살펴야 합니다. 즉 어린이들의 사춘기는 ‘호르몬 변화’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춘기 전 아이들은 생식샘에 작용해서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성선자극호르몬’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중추신경계에 의해 시상하부의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HPG axis‧Hypothalamus-Pituitary Gland-Gonadal axis)의 기능이 활성화돼서 GnRH를 분비하는 신경세포 억제가 풀리고, 시상하부에서 GnRH가 박동적으로 분비하면 사춘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이 때부터 체내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해서 성적으로 성숙하고, 수정 능력을 갖춥니다.
▶
Q. 그럼 아이들에게 사춘기가 빨리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춘기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찾아오는 성조숙증은 발병 원인이 불명확한 ‘특발성’이 대부분입니다. 성조숙증 여자 아이의 약 90%가 원인이 불명확하고, 남자 아이도 약 50%가 원인이 불명확합니다. 즉 ‘특발성 성조숙증’은 너무나 복잡한 여러 가지 부정적 요인들의 악영향을 종합적으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으로만 특정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구식 식습관과 영양 과잉에 따른 ‘비만’, 환경호르몬 같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 등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많은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학계에 널리 보고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악화 요인들이 관여합니다.
[Check!] 성조숙증 발생에 영향 미치는 주요 요인
-서구식 식습관 & 영양 과잉에 따른 ‘비만’
-환경호르몬 같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
-부모가 사춘기가 빨랐던 유전적 요인
-임신 주수에 비해 작은 부당경량아 출생
-자궁내 성장 지연
-운동 부족
-영양 불균형
-지나친 스트레스
-수면의 질 저하
▶
Q. 그럼 아이에게 찾아오는 성조숙증에도 종류가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성조숙증 종류는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HPG axis) 기능의 조기 성숙 여부에 따라서 크게 ‘진성 성조숙증’과 ‘가성 성조숙증’으로 나눕니다.
① 진성 성조숙증
성조숙증의 원인이 시상하부‧뇌하수체 등 ‘중추’에 있는 경우입니다. 때문에 ‘중추성 성조숙증’으로도 부르며, 성적 성숙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진성 성조숙증 여자 아이의 약 90%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입니다.
② 가성 성조숙증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HPG axis)의 활성화 없이 2차 성징을 보이는 병적 성조숙증입니다. 선‧후천적인 병의 원인에 따라서 임상 증상이 다양합니다. 선천적 원인은 △선천성 부신증식증 △맥큔 알브라이트 증후군 △가족성 남성 한정 성조숙증 등이 있습니다. 후천적 원인은 성호르몬 제제 복용 및 피부 흡수 등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질환 및 상태입니다.
▶
Q. 한의학적 관점에서 성조숙증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최근 발표된 많은 국내외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현대한의학에서는 성조숙증의 원인을 크게 △비허담결 습열하주(脾虛痰結 濕熱下注) △신음부족 상화편항(腎陰不足 相火偏亢) △간경습열 간기울결(肝經濕熱 肝氣鬱結) 등으로 분류합니다. 이 같은 3가지 변증을 바탕으로 빨라진 성호르몬 분비의 원인에 따라 소아청소년의 전반적인 신체 균형을 맞춰서 체질별 맞춤 한약을 처방해서 성조숙증을 예방하고 치료합니다.
▶
[Check!] ‘성조숙증’의 ‘한의학적 변증 유형 3가지’
① 비허담결 습열하주(脾虛痰結 濕熱下注)
-비장(脾) 문제에 따른 후천적 요인의 성조숙증
-영양분의 소화‧흡수와 관련된 소화기계 문제 발생
-소화불량‧복통‧설사‧변비 보이는 비만 아이의 유형
② 신음부족 상화편항(腎陰不足 相火偏亢)
-신장(腎) 문제에 따른 선천적 원인의 성조숙증
-뇌하수체 등 내분비와 생식기의 연관성으로 발생
-잘 때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뜨거운 아이의 유형
③ 간경습열 간기울결(肝經濕熱 肝氣鬱結)
-스트레스로 간(肝)의 기운이 울결된 성조숙증
-간의 경락이 지나가는 유방‧생식기에 악영향
-짜증이 많고, 한숨을 잘 쉬는 아이의 유형
▶
Q. 그럼 성조숙증은 어떻게 진단‧치료하나요?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성조숙증을 확진하는 일명 사춘기 반응검사인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GnRH) 자극검사’를 비롯해서 뼈나이(골연령) 검사 등이 필요합니다.
원인이 불명확한 특발성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최종 성인키의 감소가 현저한지 예측한 후 심리적인 문제 등을 함께 살펴서 진행합니다. 양방에서는 성조숙증의 진행 속도가 빠르면 주기적으로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 주사 치료를 권고합니다. 치료 결과가 긍정적이면 4~6주 후 성호르몬 농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서 사춘기를 지연시키고 골 성숙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
※ special comment!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유사체(GnRH agonist)’ 주사 치료로 성호르몬 분비가 많이 억제되면 여자 아이는 유방이 작아지고 월경이 사라집니다. 남자 아이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합니다.
하지만 이 치료의 영향으로 투여하는 약물 농도가 부족하거나 많으면 오히려 성조숙증이 악화하고,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저하돼, 성장 속도가 과도하게 감소해서 사춘기 전 성장 속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도 보고됩니다. 이러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특히 다양한 현대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서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검증된 현대한의학적 치료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 현대과학적으로 충분히 확인된 성조숙증 예방·치료를 위한 ‘체질별 맞춤 한약’
-이진탕(二陳湯)
-오령산(五苓散)
-태음조위탕(太陰調胃湯)
-조위승청탕(調胃升淸湯)
-분심기음(分心氣飮)
*취재 도움 : 황만기키본한의원 황만기 한의학박사(서강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