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싸움 하다가 잠드는 ‘기면증’
잠이 나를 공격하는 수면 발작(sleep attack)
“부부싸움을 하던 중 갑자기 잠이 들어요”
“제사 때 절을 하다가 엎드려서 잠을 잤어요”
“운전을 하다가 신호 대기 중 깊은 잠에 빠졌어요”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려다 컵을 들고 잤어요”
방송 등 미디어에 소개될만한 신기한 상황들입니다. 마치 꾸며낸 이야기 같지만, 수면장애 중 하나인 ‘기면증(Narcolepsy)’ 환자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모습입니다. 도대체 기면증은 어떤 병이길래 이런 문제를 만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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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에요
수면장애 ‘기면증’이에요
기면증은 밤에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낮에 참을 수 없는 잠이 쏟아지는 수면장애입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낮에 계속 졸게 돼서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본인도 스스로도 게으르거나 나태한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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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환자’ 많은 기면증
기면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매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통계를 보면 1년에 약 8000명이 기면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기면증인지 잘 몰라서 단순히 잠이 많은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흔해서 숨은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관련 학계 등은 실제 국내 기면증 환자가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 기면증 진료 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통계)
-1년에 7917명 환자 진료 받아
-최근 5년간 43%나 급증한 수치
-성별 비율은 남성 55%>여성 45%
-10~30대 젊은 환자가 78%로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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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때도 없이 잠드는 기면증
왜 발생할까?
기면증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는 뇌의 시상하부 신경세포가 소실돼, 여기서 분비되는 ‘하이포크레틴(Hypocretin)’ 호르몬 부족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이포크레틴은 잠을 깨워서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와 함께 뇌의 포도당 대사 부족, 유전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 기면증 발생 추측 요인
-뇌의 하이포크레틴 호르몬 부족
-유전
-뇌의 포도당 대사 부족
[Check!] 낮에 얼마나 졸린 지 확인해 보세요
(참고 자료 : 책 『잠이 인생을 바꾼다』, 저자 한진규)
최근 한 달 동안 자신이 낮에 얼마나 졸렸는지 측정하는 질문지입니다. 점수 합계가 10점 이상이면 낮 졸림이 심한 것으로 진단합니다.
* 아래 지문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점수를 매기세요
-전혀 졸리지 않다 : 0
-조금 졸리다 : 1
-상당히 졸리다 : 2
-매우 졸리다 : 3
□ 앉아서 책을 읽을 때
□ 텔레비전을 볼 때
□ 공공 장소에서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때
□ 한 시간 이상 운행 중인 차에 앉아 있을 때
□ 주말 오후에 쉬면서 혼자 누워 있을 때
□ 앉아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 술을 마시지 않고 점심 식사 후 조용히 앉아 있을 때
□ 운전 중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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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면증, 중년 이후 나아져서 방치?
기면증은 이르면 청소년기에 발생합니다. 기면증 환자가 청소년기부터 늘기 시작하는 것은 하이포크레틴 생성 세포를 면역세포가 손상시키는 자가면역성 파괴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시작한 기면증은 중년이 되면서 점차 개선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그럼 청소년기에 발생한 기면증을 중년이 될 때까지 방치하면 될까요? 낮 시간대에 참을 수 없는 잠이 몰려오는 ‘수면 발작(sleep attack)’을 비롯해서 다양한 증상이 동반해, 학창시절 학업은 물론 20‧30대 청년기의 사회활동에도 큰 걸림돌이 됩니다.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말고 치료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기면증 발병 특징
-이르면 청소년기부터 증상 시작해
-청소년기 및 20대 환자 가장 많아
-치료 안하면 증상 중년까지 이어져
-중년을 기점으로 증상 서서히 개선
※ 기면증 환자가 겪는 ‘4가지’ 증상
-수면 발작
-탈력 발작
-가위눌림(수면마비)
-잠 들 때나 깰 때 환각 증상
[Check!] 웃거나 흥분하면 주저앉는 ‘탈력 발작’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탈력 발작’입니다. 기면증 환자가 크게 웃고거나, 흥분하고, 화를 내는 등 감정적인 변화가 크면 탈력 발작이 찾아옵니다. 갑자기 맥이 풀려서 몸에 힘이 빠지는 현상인데, 증상이 심하면 털썩 주저앉기도 합니다. 기면증 발병 초기에는 주간 졸림증만 있고, 탈력발작은 몇 년 뒤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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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중년 이후 과수면증은 다른 질환 의심해야
기면증이 중년 이후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개선되는 이유는 나이를 먹으면서 뇌의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수면의 양이 줄어드는 영향이 큽니다. 그럼 중년 이후에 기면증처럼 과수면이 이어지면 왜 그런 것일까요? 여러 가지 만성 질환의 영향을 받는 것일 수 있어서 한 번쯤 진료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 중년 이후 과수면증에 영향 주는 질환들
-우울증
-심한 당뇨병
-갑상선 질환
-신장 질환
-뇌전증
-만성피로증후군
-류마티스 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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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나도? 기면증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최근 몇 개월 동안 심한 주간 졸림증이 지속하면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기면증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의료기관에서 하룻밤 자면서 진행하는 수면에 대한 종합검사인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합니다.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청소년이나 20‧30대 젊은층인데 주변에서 ‘왜 이렇게 낮에 많이 조냐’는 핀잔을 듣거나 낮에 꾸벅거리는 횟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기면증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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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면증 진단받으면 이렇게 치료해요
청소년기에 시작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지는 기면증은 일상생활의 걸림돌이 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서 증상이 심하면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면증으로 확진 받으면 수면의 질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해서 증상을 개선합니다.
하루 한 번 기면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약물 요법은 약 12시간 동안 주간 졸림증을 막아줍니다. 기면증에 동반하는 수면 마비 개선을 위해선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계통의 항우울제를 병용하기도 합니다.
* 기면증 개선 돕는 수면 습관
-밤잠은 8시간 이상 충분히 잔다
-깊은 잠을 방해하는 야간운동‧담배‧술을 자제한다
-잠드는 시간이 달라도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하게 지킨다
-기능하면 기상 후 약 5시간 간격으로 10~20분 낮잠을 잔다
-낮에 가장 졸릴 때 20~30분 낮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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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면증 빨리 발견하는 TIP!
살펴본 것처럼 기면증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시작해서 중년까지 이어집니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유독 잠이 많으면 한 번쯤 증상을 의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하루에 낮잠을 2~3시간씩 자거나, 수업시간 중 일주일에 4번 이상 존다면 기면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 도움 : 서울수면센터-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