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폭염을 잊을 정도로 하루아침에 일교차가 10도 가까이 벌어지는 가을 환절기가 찾아왔습니다. 옷매무새가 아직 여름에 머물러 있으면 한기까지 느껴집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주변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훌쩍”거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갑자기 변한 계절 탓에 신체가 바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서 환절기 감기가 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 아이가 훌쩍 거리면 모두 감기에 걸린 것일까요? 재채기와 코의 근질거림이 지속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일 가능성이 크고, 비염이 만성화하면 충녹증이 동반할 수도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외에 천식, 아토피 피부염도 함께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알리르기 비염 등 코 호흡기 문제가 장기간 이어지면 아이의 학교 생활 등 일상이 불편해지는 것은 물론 집중력 저하, 성장 문제도 부릅니다.
환절기 우리 아이들에게 찾아올 수 있는 알레르기 비염 특징과 동반할 수 있는 질환, 한의학적 치료‧관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가을에 다시 찾아온 코 ‘불청객’

지난 봄, 콧물‧재채기 등 코 증상을 겪었던 우리 아이의 증상이 여름에 잠시 잠잠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가을에 접어든 최근 같은 증상이 다시 시작해서 감기로 생각해, 약을 복용시켰지만 잘 낫지 않으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감기로 착각할 수 있는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곰팡이 △동물의 비듬‧털 ‧음식 등 다양합니다다. 또 사람마다 알레르기를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다릅니다.


감기와 혼동할 수 있는 질환에는 알레르기 비염 외에 ‘축농증’도 있습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가래가 달라붙는 기침을 오래 달고 있으면 축농증일 수 있습니다.
축농증 주요 증상은 △코막힘 △누런 콧물 △얼굴 압박 & 통증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등입니다. 축농증이 있으면 아이가 감기에도 잘 걸립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화돼도 축농증을 동반할 수 있고, 알레르기 비염에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비슷한 알레르기성 질환이 함께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독 제거하는 ‘소청룡탕’ 등 처방해 치료

한방에선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을 '수독(水毒)‘에서 찾습니다. 때문에 신체를 수독 상태를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체내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이 차가워져서 수독이 쌓이고 △콧물 △코막힘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의 한의학적 치료는 신체의 냉기를 없애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수독을 제거하기 위해 성질이 따뜻한 약재를 처방하는 ’온제(溫劑)‘나 몸 속의 수분을 배출시키는 ’이수제(利水劑)‘를 쓰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 같은 처방을 담은 대표적인 한약이 ‘소청룡탕(小靑龍湯)’입니다. 소청룡탕은 마황‧세신 등의 약재가 들어서 콧물‧가래 같은 수독 배출을 돕습니다. 아울러 항염증 작용으로 부어오른 호흡기 점막도 진정시킵니다.
소청룡탕을 약 일주일 복용하면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하고, 약 2주일 후부터는 많이 안정됩니다.
알레르기 비염에 천식, 아토피 피부염 같은 다른 알레르기성 질환인 동반한 아이들은 ‘시박탕(柴朴湯)’과 ‘신비탕(神秘湯)을 중심으로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시박탕은 소시호탕과 반하후박탕의 합방으로, △시호 △반하 △후박 △소엽 △생강 △인삼 등의 약재를 사용합니다. 이 약은 소아 천식, 기관지천식, 기침 등의 완화 효과가 있습니다.
신비탕은 △마황 △행인 △후박 △진피 △시호 △소엽 등의 약재를 사용하며, 시박탕과 비슷한 효능을 보입니다.


이 같은 치료를 통해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발작이 개선돼도 중‧고등학생이 된 후 코막힘이 점차 심해지거나 축농증까자 동반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알레르기가 상태가 바뀌는 것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합니다. 이런 유형에는 ‘시박탕’과 ‘갈근탕가천궁신이’ 처방을 장기간 복용하면 개선됩니다.
갈근탕가천궁신이는 △계지 △천궁 △마황 △신이 △백작야 등의 약재로 만듭니다. 비강 내 울혈된 혈관의 혈류를 개선시켜서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고, 부비동과 비강 내 섬모 운동을 정상화 시켜서 축농증 등을 완화합니다.
▶학업 능률 저하 & 성장 부진도 개선해야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등 코 건강에 문제가 생긴 아이들은 코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침‧가래가 동반해서 늘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때문에 산만허고,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 학업 능률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코가 막히면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밤에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 성장 문제로도 이어져 또래보다 키가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한방에선 판토크린이란 성분이 풍부한 녹용·녹각 등의 약재가 포함된 한약을 처방합니다. 판토크린은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게 돕고, 성장판을 자극해서 골밀도를 높이는 효능이 있습니다. 피를 만드는 조혈작용도 우수해서 성호르몬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 취재 도움 : 영동한의원 홍은빈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