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정수기는 기기 내부에 있는 필터를 통해 깨끗한 물을 제공합니다. 우리 몸에도 똑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신체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신장(콩팥)’입니다.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주먹만한 크기의 강낭콩 모양이며, 팥색을 띠고 있어서 콩팥으로도 부릅니다. 양쪽 옆구리 뒤, 등쪽 갈비뼈 밑 부분에 2개가 나란히 위치해 있습니다.
양쪽 신장에는 약 200만 개의 ‘사구체’가 있습니다. 사구체는 노폐물을 걸러내고, 혈액‧단백질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필터 역할을 합니다. 사구체는 신장의 핵심인 것입니다.
그러나 자가면역 반응 문제, 갖고 있는 전신 질환의 영향으로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면 신장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데, 이를 ‘사구체신염’이라고 합니다.
진단이 늦으면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해서 투석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사구체신염의 원인과 특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구체신염 종류 & 주요 의심 증상

사구체신염은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지만,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구분합니다.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김진숙 교수는 "일차성 사구체신염 원인은 면역조절 장애지만, 아직 모든 발병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이차성 사구체신염은 당뇨병, 고혈압, 감염, 자가면역질환, 유전 질환 등 전신 질환의 영향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구체가 손상되면 사구체에서 혈액과 단백질이 빠져나와서 소변 검사를 하면 혈뇨 또는 단백뇨가 발견됩니다. 혈뇨는 환자 상태에 따라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거품뇨 △심한 부종 등이 동반하는데 부종의 경우 아침에는 얼굴의 눈 주변, 저녁에는 다리‧발목 주변이 붓는 게 특징입니다.
김진숙 교수는 "급속하게 진행한 사구체신염은 소변량 감소, 호흡곤란, 고혈압 등의 증상이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Check!] 다른 질환 ‘사구체신염 vs 신우신염’
간혹 사구체신염과 신우신염을 같은 질환으로 오인합니다. 사구체신염은 사구체에 비세균성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학적 질환입니다. 반면 신우신염은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병으로 △발열 △구토 △옆구리 통증 등이 나타나며,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진단 늦으면 투석 등 신장대체요법 필요

일차성 사구체신염 치료는 혈압을 낮추고 부종을 완화하는 대증 요법과 함께 환자 상태에 따라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 맞춤 약물을 사용합니다.
이차성 사구체신염은 원인을 제공한 질환을 관리해야 합니다. 사구체심염으로 이미 신장 손상이 진행됐으면 합병증도 함께 치료합니다.
김진숙 교수는 "특히 사구체신염의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치료 시기를 놓쳐서 방치하면 만성 신부전증(만성 콩팥병)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은 콩팥 손상 및 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합니다. 콩팥 기능이 건강한 상태의 15% 이하까지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투석‧신장이식 등 신장대체요법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만성 신부전증 투석은 크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있습니다. 혈액투석은 말기 환자에게 시행하는 신장대체요법으로, 환자의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인공 신장기를 이용해서 정수하는 방법입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이 특수한 관을 타고 체외로 나와서 투석기(필터)를 통과하는 동안 노폐물과 수분이 걸러져서 다시 체내로 유입됩니다. 일반적으로 1회 4시간, 주 3회 치료를 진행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시간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복막투석은 복막을 통해 노폐물과 과잉체액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복강에 관을 삽입해서 깨끗한 투석액을 넣고, 6시간 정도 두면 몸 안의 불필요한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뒤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김진숙 교수는 "복막투석은 감염 발생을 막기 위해 환자의 철저한 개인 위생관리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내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신 질환자, 정기적인 혈액‧소변 검사 권고

이처럼 심각한 상태로 악화할 수 있는 사구체신염 등 사구체 질환은 간단한 혈액‧소변 검사만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의심 증상이 찾아오면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진숙 교수는 "특히 이차성 사구체신염을 일으키는 전신 기저질환이 있으면, 연 1~2회 정기적인 혈액‧소변 검사가 권고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식생활 관리도 병행해야 합니다. 사구체신염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칼륨 배설 능력도 저하됩니다.
때문에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등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과일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찌개처럼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식습관이 있으면 영양 상담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