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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피 원숭이에 '이종수혈' 효과 확인, 사람은?
돼지 피 원숭이에 '이종수혈' 효과 확인, 사람은?
영장류 대상 세계 첫 연구‧‧‧혈액 부족 문제 해결 단초 기대
  • 황운하 기자
  • 승인 2024.09.0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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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23RF.com]
[출처 : 123RF.com]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돼지 피를 인간과 비슷한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이종(異種) 수혈한 후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인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원숭이에게 수혈한 혈액은 생체반응 때문에 24시간 뒤 사라져서 혈액을 지속시키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강희정·노주혜 교수 연구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 연구팀, 바이오 기업 옵티팜은 세계 최초로 돼지 적혈구를 비인간 영장류에게 투여한 이종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5일 밝혔다.

이 내용은 SCIE급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 6월호에 ‘야생형 및 삼중유전자제거 돼지 적혈구의 영장류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 조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혈액 기증 감소는 글로벌 의료계가 직면한 큰 문제 중 하나다. 대한적십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약 305만건에 달했던 국내 혈액 기증은 2023년 277만건으로 9%나 줄었다.

또 고령화‧저출산의 영향으로 헌혈 가능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혈액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연구팀은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WT)와 인간 혈액과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형질을 전환한 삼중유전자 제거 돼지(TKO)의 혈액을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각각 만들었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나 적혈구 기능 등 생리적인 요소들이 사람과 유사해, 최근 이종이식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어 인간과 특성이 비슷한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실험군1 △실험군2 △대조군에 각각 4마리씩 배정하고, 25%의 실혈(혈액 손실)을 유발했다.

이후 실험군1에는 WT 돼지의 적혈구, 실험군2에는 TKO 돼지 적혈구를 수혈하고 △실혈 전 △실혈 직후 △수혈 후 21일 동안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실험군 1‧2 모두에서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RBC) △헤모글로빈(HGB) △헤마토크리트(HCT)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TKO 돼지 적혈구가 WT 돼지 적혈구에 비해 전신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실험군에 수혈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 뒤 순환 혈액에서 빠르게 사라졌으며, 강력한 항체 반응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관찰됐다.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은 수혈 후 24시간까지 혈액학적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지만, 이후엔 생체 반응 때문에 그 효과가 제한되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즉각적인 혈액학적 이점을 입증했지만, 이종 수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생체 반응을 회피할 수 있는 추가적인 돼지 유전자 변형과 면역 억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 책임자인 강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종 수혈의 임상 적용을 위한 중요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 수혈 프로토콜 개발과 유전적 변형을 통해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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