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치매 발병 위험을 키우는 렘수면행동장애 치료 약물의 인지기능 저하 부작용 우려를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지 교수)은 원인이 불명확한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제인 ‘클로나제팜’의 장기 복용과 인지기능 저하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
윤인영 교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클로나제팜의 누적 복용량과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인지기능 저하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되면 조기에 진단받아서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한 잠꼬대’로 설명할 수 있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자는 동안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등 격렬한 행동을 보이는 수면장애다.
이와 관련 수면에는 렘수면(REM)과 난렘수면(Non-REM) 2가지 단계가 있는데, 렘수면 상태에선 근육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 마비가 풀려서 꿈의 내용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 심한 잠꼬대 ‘렘수면행동장애’ 증상 특징(힐팁 DB)
-대부분 노년기에 접어들며 발생한다
-잠꼬대는 보통 새벽 3~5시에 나타난다
-목소리와 행동이 크고, 과격하다
-1분 이내로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꿈을 행동으로 옮긴다
특히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등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보고돼, 방치하지 말고 치료해야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한 종류인 ‘클로나제팜’ 성분의 치료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이 개선된다. 그러나 복용을 중단하면 바로 증상이 재발해서 대부분 오랜 기간 치료제를 챙겨야 한다.
하지만 클로나제팜을 포함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장기 복용이 불가피한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의 우려가 컸다.
연구팀은 클로나제팜의 누적 복용량과 인지기능 저하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받은 환자 101명을 평균 7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이 높은 환자들에서 인지기능을 구성하는 기억력과 수행능력이 소폭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팀은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을 포함한 △체질량 지수 △흡연 여부 △알코올 섭취량 △고혈압 △렘수면행동장애 치료 시작 전 기저 인지기능 등의 위험 요인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러 요인 중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기저 인지기능만 추후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은 △기억력 △시공간 기능 △수행능력 △전반적 인지를 포함한 인지기능의 모든 영역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클로나제팜 누적 복용량보다 기저 인지기능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에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