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주요 실명 질환인 황반변성이 있으면 뼈가 부러지는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황반변성에 시력장애까지 겹치면 골절 가능성은 약 2배 높아졌다. 그 이유는 ‘시각장애→활동 제한→운동 부족→균형감 상실→낙상→골절’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년기 눈 건강을 잘 유지해야 뼈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함돈일·임동희·윤제문 교수,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이(Eye)’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윤제문 교수는 “황반변성이 의심되면 골절 위험에 대한 예방도 함께 시작해야 한다”며 “노년기에는 한 번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면 회복이 더디고, 장애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은 신체 노화 과정에서 망막의 황반부에 변성이 생기면서 시력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노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보통 50세 이상부터 발병하기 시작한다. 이 질환은 초점이 맞지 않는 노안과 달리 안경을 착용한 후에도 중심 시력이 떨어지거나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 황반변성 조기 발견 돕는 의심 증상(힐팁 DB)
-직선이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인다
-책‧신문을 읽을 때 글씨에 공백이 있다
-사물을 볼 때 중심부에 빈 부분이나 검은 점이 있다
연구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50세 이상 수검자 389만4702명을 코호트 연구에 포함해서 2019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첫 검진 당시 황반변성을 진단받은 사람은 모두 4만7266명(1.21%)이었고, 황반변성이 골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 결과 황반변성 그룹은 1000인년 당 20.6건의 골절이 발생했다. 반면 대조군은 12.6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골절 발생의 상대 위험도 황반변성 그룹이 9%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성별을 비롯해서 골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을 모두 보정해 나온 결과다.
골절 유형별로 살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노년기 삶을 위협하는 치명적 부상인 △고관절 골절 △척추 골절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황반변성 그룹이 발생 건수가 더 많았고, 상대 위험도 높았다.
특히 황반변성에 시력저하가 겹치면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대조군과 비교 시 황반변성이 있어도 시력저하가 없으면 골절 위험이 8% 증가했지만, 시력저하가 동반하면 17%까지 급증했다.
연구팀은 황반변성에 따른 시력장애가 골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운동 부족 및 균형감 상실로 이어지게 해서 넘어지기 쉬운 조건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황반변성 발생은 비타민D 부족과도 관련 있다. 결국 비타민D 부족이 골다공증 발병으로 이어져서 신체를 골절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함돈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황반변성이 골절의 실질적인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밝혔다”며 “골다공증과의 관련성도 규명할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