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에 있는 관절 중 가장 큰 관절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타구니 양옆에 있는 ‘고관절’입니다. 엉덩이 관절로도 부르는 이곳은 항상 몸의 하중이 가해지는 곳입니다.
고관절도 다른 관절 부위처럼 나이가 드는 퇴행성 변화를 비롯해서 외상,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관절은 신체 균형을 잡아주고,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평범한 일상생활에 발목이 잡힙니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질환은 고관절 골절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고관절염 △대퇴비구 충돌증후군 △비구이형성증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같은 고관절 질환들은 증상이 많이 진행한 후 발견하면 인공 고관절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고관절의 특징과 이곳에 발생하는 주요 질환 및 치료‧관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체 하중 떠받치는 ‘고관절’

대퇴골(넓적다리뼈)과 골반을 연결하는 ‘고관절’은 둥근 대퇴골의 머리 부분인 ‘대퇴골두’와 이곳을 감싸고 있는 절구 모양의 골반골인 ‘비구’로 이뤄져 있습니다.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답게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다리가 움직일 수 있게 운동 능력을 부여하고, 체중을 지탱하면서 상체와 하체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박재형 교수는 "고관절에도 다른 관절처럼 신체 노화, 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 외상 등으로 많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도 고관절 질환을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관절에 파고드는 질환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퇴행성 고관절염 △고관절 골절 △발달성 고관절 탈구증 및 비구이형성증 △대퇴비구 충돌증후군등입니다.

▶고관절에 찾아오는 주요 질환 & 특징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한 혈관이 손상돼, 혈액 순환 문제가 생겨 뼈가 점점 괴사하는 고관절 질환입니다.
뼈 괴사는 서서히 진행하며, 시간이 흐르면 결국 뼈가 약해지고 무너져서 통증이 찾아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는 △과도한 음주 △스테로이드제 사용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질환이 20~50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가 어느 정도 괴사해서 금이 가고, 함몰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기 발견이 힘들고, 환자들이 통증을 느껴서 병원을 찾을 땐 이미 병이 많이 악화한 상태입니다.
박재형 교수는 "통증 특징은 사타구니(서혜부) 부근이 아픈 것"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사타구니 주변에 통증이 감지되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환자 중에는 볼기 윗부분인 둔부, 허리 척추(요추)에 통증이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환자에 따라 허벅지‧무릎 부위까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고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 ‘고관절염’입니다. 발병 원인은 다양한데, 신체 노화에 따른 퇴행성의 영향이 큽니다. 일생 동안 걷고‧뛰고‧운동하며 고관절에 있는 관절막이 닳고, 관절끼리 부딪히면서 통증이 생깁니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무릎 관절염처럼 과체중‧비만 등이 고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키워서 발생 시기를 앞당기고,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관절에 염증을 부르는 원인은 퇴행성 이외에도 △감염성 고관절염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 △류마티스에 따른 고관절염등이 있습니다.
고관절염 주요 증상은 △관절 운동 범위 감소 △고관절 부위 통증 △다리 절뚝거림 등입니다. 운동 범위가 줄면서 다리가 완전히 펴지지 않고, 통증은 걷거나 관절을 움직일 때 심한데 환자들은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또 걸을 때 통증이 심해서 절뚝거리게 됩니다.
박재형 교수는 "세균 감염에 따른 고관절염은 고열과 함께 증상이 급격하게 심해져서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기 때문에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며 "류마티스 관련 관절염의 급성 악화기,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는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 초기에도 전신 열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관절이 부러지는 ‘고관절 골절’은 다른 부위 골절보다 건강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큽니다. 이곳이 부러지면 다리를 움직여서 걸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도미노처럼 발생하는 것입니다.
고관절 골절은 근력과 뼈가 약한 노년층이 넘어지는 낙상을 당하면 많이 발생합니다. 노인, 특히 여성은 폐경 후 호르몬 변화 때문에 골다공증을 겪어서 뼈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박재형 교수는 "골절된 부위가 대퇴골두 부위인 ‘대퇴골 경부 골절’이면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퇴골두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 혈관도 손상돼서 뼈가 괴사해 위험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고관절 골절이 치료되는 동안 장기간 누워있으면 △폐렴 △욕창 △요로감염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이 동반하고, 결국 사망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노인들의 낙상 예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발달성 고관절 탈구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아주 어린 유아기에 고관절이 탈구되는 병입니다.
고관절이 빠지면 어릴 때부터 제대로 걷지 못해서 활동에 제한이 생깁니다. 특히 탈구된 쪽 다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아서 탈구된 고관절을 본래 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달성 고관절 탈구증 수술은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아주 전문적인 수술로 분류돼, 소아 정형외과를 전공한 의사에게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관절이 탈구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약간 불안정한 ‘비구이형성증’도 있습니다. 대퇴골의 머리 부분인 대퇴골두를 감싸는 ‘비구’가 성장기에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탈구는 되지 않아서 젊었을 땐 증상이 없다가 나이가 들면 대퇴골두가 비구 가장자리의 비구순을 압박하거나, 대퇴골두가 빠져있어서 비구순이 파열됩니다.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염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퇴비구 충돌증후군’ 환자도 서서히 증가 중입니다. 이 질환은 첨단 영상 장비와 관절경 수술이 발전하면서 진단 및 치료 받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은 대퇴골의 목 부위인 경부와 비구의 가장자리 사이에서 충돌이 생기면서 고관절 와순 인대가 찢어지고 연골이 마모되는 질환입니다.
박재형 교수는 "이 병의 발생은 고관절 모양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대퇴골두를 감싸는 비구가 너무 깊거나, 대퇴경부 뼈가 돌출해 있으면 고관절이 접힐 때마다 충돌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관절 많이 손상되면 ‘인공 고관절 수술’ 고려

다양한 고관절 질환은 병의 특징과 상태에 따라서 △약물 요법 △물리 요법 △수술 요법 등의 치료를 진행합니다.
증상 초기이거나 염증이 있으면 약물‧물리 요법을 우선 적용합니다. 치료 약물은 소염진통제를 기본적으로 사용하며, 세균 감염에 따른 고관절염은 항생제, 결핵성 고관절염에는 항결핵제를 투여합니다.
퇴행성 고관절염 등이 있지만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은 비구 저형성의 경우 골반골을 부러뜨려서 모양을 맞춘 후 고정하는 절골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관절 보존적인 치료 후에도 고관절과 연골 부위가 많이 손상돼서 일상생활이 힘들면 ‘인공 고관절 수술’이 필요합니다.
박 교수는 "즉 손상된 고관절의 주요 치료법은 수술"이라며 "이를 통해 최대한 빨리 걷고 움직여야 합병증을 줄이고 전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비수술적 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권고됩니다. 약물 등 비수술적 치료는 발병 기전을 정확히 몰라 치료 효과를 보기 힘듭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수술은 골두 함몰이 아주 심하지 않고, 통증이 경미하면 약물 등의 통증 치료를 하다가 대퇴골두 함몰이 많이 진행된 환자는 인공 고관절 수술이 필요합니다.
고관절 환자가 수술을 받은 후에는 인공 고관절이 탈구되거나 빨리 마모되지 않게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Doctor’s Pick!
최근 인공관절은 재료가 좋아지고, 뼈와 잘 결합해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면 30년 이상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고관절 질환 증상이 심하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서 건강한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