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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들 “낙태수술 전면 거부”
산부인과의사들 “낙태수술 전면 거부”
정부의 비도적 진료행위 규정‧처벌에 반발
원치 않은 임신한 여성‧가족 혼란 예상‧‧‧불법 낙태약 찾을 수도
  • 황운하 기자
  • 승인 2018.08.28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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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로 알려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해 사회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의사가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진행할 경우 의사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공표하며 촉발됐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회적‧경제적인 이유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적인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1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가혹한 처벌이라며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 의사 단체 중 하나인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오전 8시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회관 7층에서 ‘비도적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기자회견장에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된 중절수술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붙였다. 이 포스터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전국 회원병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인공임신중절수술 거부 기자회견.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사실상 수많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하여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입법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해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비도덕한 의사로 낙인찍혀가면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며 “오늘부터 임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실적인 개정안이 만들어진다면 지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2018년 8월 17일자로 공표·시행했다. 개정안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하여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기자회견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의 조치는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의 의지를 명문화한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 받을 이유는 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산부인과의사는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고 언급했다.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OECD 30개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적응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모체보호법에서 '사회적·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복지부의 이번 조치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복지부의 이번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의 근거가 되는 것은 모자보건법 제14조다.(아래 내용 참고)

▶사회적 혼란 이어질 듯

이번 산부인과 의사들의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로 사회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언제 최종 판결이 나올지는 안개속이다. 복지부도 산부인과 의사들의 초강수에 중재안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형국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중단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과 가족들에게 불법 낙태약 구입 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원영석 총무이사는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이유 90% 이상은 사회적,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인공임신중절수술 중단이 알려지며 벌써 병원에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영석 총무이사는 이어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며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인공임신중절수술 거부는 복지부의 행정처분 유예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ㆍ실종ㆍ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

③제1항의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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