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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여도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면 생존율 증가”
“폐암, 4기여도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면 생존율 증가”
  • 최수아 기자
  • 승인 2023.01.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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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 암 성적표를 담은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가 발표됐습니다. 통계를 보면 암의 조기 발견 및 의술의 발전으로 암환자 10명 중 약 7명은 완치에 가까운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하지만 암 종류에 따라 치료 성적의 명암이 갈리는데, ‘폐암’은 36.8%로 간암‧췌장암 등과 함께 생존율이 낮은 암 중 하나입니다. 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이승현 교수는 “그러나 폐암 4기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설명은 폐암 치료의 다양한 최신 연구들을 섭렵하고, 폐암 환자에게 적용하며 얻은 임상 경험에 기댄 것입니다.

암 치료의 희망으로 불리는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폐암 4기 환자의 삶의 시간을 연장하고 있는 이승현 교수에게 폐암의 특징과 4기 환자 치료 등 최신 지견에 대해 들었습니다.

Q. 폐암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없는 편입니다. 조기 진단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고위험 흡연자입니다. 하루에 한 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가 해당합니다. 현재 담배를 끊었어도 금연 기간이 15년 이상 넘지 않았다면 조기에 진단 받아야 합니다. 

폐암은 기침, 가래, 호흡 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이 발현될 수 있고, 기침할 때 피가 나오는 객혈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특히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두통부터 뼈 통증, 편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중환자실에 있던 폐암 4기 환자에게 표적 치료제를 적용해서 일반 병동으로 옮긴 환자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60대 여성 환자 K씨였습니다. 1‧2차 항암 치료하고, 예후가 좋지 못해서 3차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3차 치료 중 뇌에 전이가 돼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환자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가 양성으로 나온 상태였습니다. 이 특정 유전자에 대한 표적 치료제가 해외에 나와 있어서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고 미국 제약회사 승인을 거쳐서 어렵게 약을 공수 받았습니다. 

환자 K씨는 임종을 거의 앞둔 상황에서 콧줄로 표적 항암제를 투약한 결과, 일주일 만에 환자의 의식이 깨어나고, 열흘 만에 일반 병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됐습니다. 보호자인 딸과 일상적인 대화까지 할 수 있게 돼서 기억에 남습니다.

Q. 환자 K씨의 치료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식약처 허가와 해외 제약회사 승인을 통해 약을 받는 일까지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제가 직접 담당해야 했습니다. 이 약이 환자에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환자에게 표적 치료제를 투약 후 뇌 MRI를 촬영한 결과 전이된 암세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 환자 사례를 해외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폐암 4기 환자 치료 사례가 더 있나요.

2019년에 폐암 4기로 진단받았던 중년 남성 환자가 기억납니다. 진단 결과를 듣고 상당히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셨죠.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혼식까지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하셨죠. 

당시 폐암에 적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우리나라에 막 들어오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저는 우리 병원에서 처음으로 면역항암제를 그 환자에게 도입했어요. 초반 부작용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환자는 진단받은 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들 결혼식도 잘 치르고, 겉으로 보기에는 암 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외래에서 환자분을 뵐 때마다 감사와 보람을 느껴요.

[폐암 TIP!] 평생 담배를 피운 적이 없어도 폐암에 걸릴 수 있어요

폐암 환자의 약 3분의 1이 비흡연자입니다. 비흡연자에게 폐암이 발생한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접흡연, 암 가족력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힙니다. 

또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기름 연기(유증기)에 과도하게 노출돼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인자가 있으면 조기에 폐암 검진을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Q. 폐암 분야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요.

다른 암도 마찬가지지만, 폐암 분야도 최근 10여 년 동안 발전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신약도 많이 개발됐습니다. 특히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실제 암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어서 임상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또 ‘저선량 흉부 CT’가 도입돼 폐암 조기 진단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제 전공의 시절만 해도 폐암 4기로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율이 6개월 이내였는데 현재는 1년 반, 길게는 5년 이상까지 생존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Q. 호흡기내과 분야를 선택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레지던트 첫 두 달을 호흡기 내과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교수님들이 환자를 진심으로 위하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여러 내과적인 지식으로 중무장한 상태에서 환자를 꼼꼼하게 진단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그런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Q.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신념과 철학이 있는지요.

대학병원에서 중환자들을 많이 만나면, 가끔 환자의 고통과 질환에 무뎌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듣는 것은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환자의 말을 잘 경청하고 진단해서 조기에 의학적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또 환자의 말을 듣고도 지식이 없으면 이를 의학적으로 판단해낼 수 없겠죠. 최신 치료의 흐름을 모르면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후배 의사들이 저를 보면서 “저렇게 환자를 진료하고 싶다”,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며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밑거름이 됐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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