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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이 없으면 잇몸으로?'... 고령친화 음식 개발 시급하다
[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이 없으면 잇몸으로?'... 고령친화 음식 개발 시급하다
  • 고종관 기자
  • 승인 2022.12.2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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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으면 잇몸으로?'... 고령친화 음식 개발 시급하다

일본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는 어르신을 위한 식품들.

대나무의 고장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 소갈비살을 다져 참숯불에 굽는 떡갈비다.

궁중에서 유래한 이 떡갈비의 다른 이름은 ‘효갈비’. 그 옛날 치아가 부실한 부모님을 위해 정성들여 만들었다고 하니 요즘 흔히 말하는 고령친화음식의 효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친화식품의 보급 수준은 조상의 효사상 전통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식품연구본부 이상훈 연구원은 “이웃나라 일본의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성장기에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초보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하는데 노인 건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고령 식품의 개발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고령자가 식사를 할 때 불편한 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연하장애다. 음식물이 기도로 잘 들어가지 못하는 기능장애를 말한다. 목젖 뒤에는 일종의 밸브가 있다. 숨을 쉴 때는 식도를 막고, 음식을 먹을 때는 기도를 막아 숨을 쉬면서 원활하게 식사를 하도록 돕는다.

나이가 들어 사래가 잘 생기는 것은 이 밸브가 낡아 기도로 음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65세 노인의 38%가 연하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저작장애. 잇몸과 치아가 부실하다보니 단단하거나 질긴 식품을 씹기 힘들다. 70세 이상 노인 중 53%가 틀니를 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화장애다. 침도 부족하고, 위 운동이 떨어지는데다 위나 췌장 등에서 소화액이 제대로 나오질 않아 소화력이 저하된다. 여기에다 맛을 느끼는 혀의 미뢰가 퇴화돼 맛을 잘 감별하지 못하고, 식감도 떨어진다. 

이 연구원은 “고령자 음식은 이러한 섭식장애를 고려해 식품의 물성을 바꿔주는 기술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감압효소처리(Freeze-Thaw Enzyme Impregnation)기술이다. 조직을 분해하는 효소를 깊숙이 침투시켜 식품의 경도를 낮춘다.

불고기에 키위를 넣으면 살코기가 연해지는 원리다. 식품을 진공상태로 만들면 조직이 느슨해지고 이때 효소를 주입한다. 일본 히로시마 현에서 개발됐다. 

슈비드 기술(Sous vide)은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열을 가하는 원리다. 재료 원래의 특징을 살리는 프랑스 요리법에서 유래됐다.

슈비드 기술은 진공저온조리 방식이다. 진공 포장한 재료를 정확하게 통제된 낮은 온도에서 일정시간 조리한다. 병원환자식, 어린이 급식, 요양식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초고압 기술과 PEF(Pulsed Electric Field)기술도 있다. 전자는 식품에 신속하고, 균일하게 압력을 넣는 기술이다. 열처리를 하지 않고 살충·살균·소화율 향상·겔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식품의 조직감을 유지하면서 소화율을 증진시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응용한 제품 개발은 부진한 실정이다. PEF는 극히 짧은 시간 내에 고전압을 이용해 세포막을 선택적으로 붕괴시키는 비가열 처리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동식물성 식품의 조직을 부드럽게 만든다.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3D프린팅 기술도 있다. 원하는 음식 모양을 CAD(Computer Aided Design)로 만든 뒤 모형 틀에 페이스트 유형의 소재를 한 층씩 쌓아가며 성형한다.

노인이 선호하는 맞춤형 음식을 만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식재료의 특성이 모두 달라 지금까지 초콜릿을 주재료로 한 제품에서 주로 활용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있어도 제도와 시장이 따라주지 않아 기업의 참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때 국회에서 열린 ‘고령자의 영양섭취 이대로 좋은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 김정선 연구위원은 “정부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 하나인 고령친화산업육성 대책에 식품을 포함시키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고령식품에 대한 제도 마련과 법률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이미 2000년에 개호식품협회를 설립해 제조업체마다 다른 규격과 표시를 통일시키고, 상품에 인증마크를 붙이는 사업을 진행했다.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라는 이름으로 인증까지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란 모든 사람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뜻이다. 고령자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짐으로써 시장을 확대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일본은 2010년 이미 75세 이상 인구가 1430만 명(11%)에 이를 정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자 치료식시장을 일반 식품시장으로 넓혀 2011년 1000억 엔 매출을 돌파했다. 

맛과 영양은 유지하면서, 혀로 음식을 으깰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해 특허를 내는가 하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해도 조리가 가능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유니버셜 디자인 푸드의 상품 수는 802품목(냉동식품 54품목, 냉장식품 506품목, 상온식품 242개 품목)에 이른다. 구매 접근성도 좋아 일반슈퍼에서도 살 수 있는 유통망도 확보했다. 

일본 개호식품협회는 씹는 힘의 강도에 따라 식품을 구분하는 기준도 마련, 세분화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단계는 ‘쉽게 씹음’, 2단계 ‘잇몸으로 으깰 수 있음’, 3단계는 ‘혀로 으깰 수 있음’, 4단계 ‘안씹어도 됨’ 등 네 가지 단계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에선 고령친화식품을 제조·판매하고 싶어도 기준·규격은 물론 표시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력이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 진입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정책·제도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개발에 선행해 고령자의 니즈부터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판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험수가 반영으로 구매시장을 넓히고, 저작력·침 분비·연하근육 저하 등 노인생리를 평가해, 이에 맞도록 소재·식품·포장지를 개발해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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