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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맞춤형 영양제 시대 개막①
[두근두근 골든 라이프] 맞춤형 영양제 시대 개막①
게놈비즈니스의 꽃 '영양유전체학'
  • 고종관 기자
  • 승인 2022.12.05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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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영양제 시대 개막① 게놈비즈니스의 꽃 '영양유전체학'

맞춤형 영양제 이미지 사진(BAZE 사이트에게 캡처)

 

▶일본 파나소닉의 '게놈 하우스'가 의미하는 것

‘50대 부부가 미라클지놈 백화점이 운영하는 진(Gene)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로봇웨이터가 손님을 맞는다. 로봇은 두 사람에게 몇 가지 설문조사를 하고, 면봉으로 입안을 훑은 뒤 내용물을 주방으로 보낸다.

이곳에선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장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잠시 뒤 남편은 5년 안에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90%라는 진단결과를, 아내는 비만을 유도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분석결과를 받는다. 

곧이어 주방장은 인공지능(AI)영양사가 추천한 식재료와 레시피로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부부건강에 최적화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가상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공상과학 소설 같은 허구는 아니다. 이미 일부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체험도 가능한 다양한 사례가 쏟아진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 완성 이후 20년이 채 안됐지만 지노믹스(유전체학)의 발전은 인간 삶의 양태를 구석구석 변화시키고 있다. 유전체 연구가 비즈니스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산업이 꿈틀거리고, 이러한 산업이 경제패러다임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이른바 ‘게놈(유전체)비즈니스’ 또는 ‘게놈이코노미’의 부흥이다.

​세모를 앞둔 2018년 12월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東京世田谷区) 중심가에선 흥미로운 모델하우스가 눈길을 끌었다. 전시 제목은 ‘GENOME HOUSE’(게놈 하우스). 일본 가전업체인 파나소닉과 유전자분석 서비스 스타트업인 진퀘스트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미래 주택이다.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DNA 맞춤형 침실’이다. 이곳의 주인은 진퀘스트 대표인 다카하시 쇼코(32・여). 침실의 모든 소재와 식생활, 가전제품을 그녀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구성했다. 

DNA 분석결과, 그녀의 피부는 보습력이 떨어지고, 쉽게 건조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패턴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부엉이형이다. 영양소 중에는 엽산과 비타민E 흡수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알레르기 감수성이 높고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파나소닉에서 전시한 '게놈하우스'의 침실 모습

설계팀은 유전자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성했다. 예컨대 건조한 피부와 냄새에 민감한 기질을 참고해 공기청정기 설정을 최적화하고, 늦은 아침에 밝아지는 조명을 설치했다. 커튼이나 가구는 꽃가루나 집진드기가 부착하지 못하도록 특수소재를 쓰고, 부족한 영양소를 분석해 채소와 과일을 매일 공급해 준다. 

관심을 끄는 것은 침실에 인도차이나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나무소재를 배치한 것. 유전자의 조상찾기 결과를 참고해 선조가 살았을 지역의 소재를 가져왔다. DNA에서 숨겨진 고향을 찾아 향수를 달래준다는 해석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시도는 게놈이 기업 경영의 필수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기획한 파나소닉 역시 당장 사업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게놈 싱킹(genome thinking)’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미래 소비자의 생활을 예측하기 위해 게놈적 발상을 하자는 것이다. 

▶ 개인맞춤형 영양 비즈니스의 분기점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페어 스토어’. 맞춤형 영양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뉴트리톡스’가 운영하는 일종의 안테나 샵이다. 외부에서 보면 일반 카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객의 영양상태를 분석해서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건강샵이다. 

이곳에서 측정하는 건강지표는 질환이 아닌 ‘미병(未病)’이다. 미병은 건강과 질병의 회색지대로 이를 방치하면 질환으로 이환되는 단계를 말한다. 

카페를 방문한 손님은 1단계로 앱을 통해 설문을 작성하고, 2단계로 모발 및 유전자, 타액을 통한 정밀기능 분석을 받는다. 대상 항목은 에너지와 영양, 신경・내분비, 근골격계, 소화・흡수, 면역, 심혈관순환 등이다. 매장에선 전문 상담사가 있어 검사 결과에 따라 관련 영양제를 추천한다.

이 스타트업은 의사와 약사가 함께 제품을 개발해 창업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100여 종의 곡물・채소・견과류・단백질 등에서 추출한 미세원소를 조합해 16종으로 단순화했다. 사람에 따라 부족한 영양소를 골라 처방하는 식이다. 여기에 스프와 음료, 음식도 개발해 영양소와 함께 맞춤식 식단을 서비스한다. 

회사는 앞으로 개인 맞춤형 건강샵을 프랜차이즈사업으로 확장하는 한편 미병관리사를 양성해 영양의 중요성과 방법을 대중에게 확산할 계획이다. 

‘개인 맞춤형 영양’이라는 개념은 새로운 건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의학에서 사상 또는 팔상체질에 따라 음식을 권했고, 선조들도 경험적으로 음식을 가려먹었으니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또 현대의학에서는 질환별로 주의해야 할 음식과, 예방차원에서 권장 또는 기피해야 할 음식을 가려주고 있어 나름대로 넓은 범주에선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건강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테마는 이른바 ‘정밀영양’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든 후천적으로 획득한 유전자든 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과학적이고, 정밀하다. 

이 같은 ‘영양유전체학(Nutrigenomcis)’이 부상한 것은 인간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진 2003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영양유전체는 영양과 유전자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평소 즐기는 식품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유전자가 영양소에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 같은 음식이라도 개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똑같이 저탄수화물 식사를 해도 지방축적도가 다르고, 같은 고단백 식사를 하더라도 혈당반응 패턴에 차이가 나는 것은 바로 개인마다 다른 유전자 변이 때문이다.

의학분야에선 암환자에게 적용되는 ‘정밀의료’를 들 수 있다. 항암제를 투약하기 전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해 약효가 없는 약을 걸러내는 등 치료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정밀의료 또는 정밀영양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유전체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서다. 

​32억쌍의 염기서열을 밝힌 인간 유전자지도는 2003년에 완성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1990년 6개국 과학자들이 참여해 시작했으니 무려 13년이 걸린 셈이다. 투입된 돈만도 3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 유전체를 얻는데 단 하루면 가능하고, 비용도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 기술예측을 하지 않아도 유전체 검사를 통한 건강관리가 일상화하고, 모든 분야에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는 시대가 닥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양유전체학이 뜨면서 기존 영양학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사실 영양섭취는 의술보다 인간의 삶에 더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영양학이 의학에 비해 뒤쳐진 것은 과학적 검증이 쉽지 않아서였다.

대규모 실험군을 모집해 장기간 실증실험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영양섭취 정보를 자가 보고에 의존하다보니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대상자를 표준화하기 어려워 원인・결과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공신력 있는 영양단체에서 권장했던 이론이 뒤집히는 사례도 종종 드러난다. 우리가 맹신하는 지중해식단의 경우, 실제 심장질환을 줄이는 효과가 1~2%에 불과하고, 심지어 정부가 발행한 ‘식품 피라미드’조차 근거기반이 빈약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영양학 연구의 약점을 개선하고, 영양유전체학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인공지능과 센서기술, ICT(정보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측정하는 정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슈퍼컴퓨터가 일거에 해결해 주는 것이다. 

​고객 관리도 용이해졌다. 회사는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으로 고객이 자가진단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영양처방과 그리고 사후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 바야흐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medication)’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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