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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메니에르병 등 귀 질환은 난치병? 환자 삶도 들여다 봐야 개선
이명‧메니에르병 등 귀 질환은 난치병? 환자 삶도 들여다 봐야 개선
  • 조승빈 기자
  • 승인 2022.11.21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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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건강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귀에 찾아오는 질환은 많이 알려진 난청, 중이염 외에도 특정 소리가 계속 들리는 ‘이명’,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이석증’, 여러 가지 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메니에르병’ 등 다양합니다.

귀 질환이 발생한 환자들은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재발과 악화를 반복해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귀 질환을 근복적으로 치료하려면 단순히 표면적인 문제를 잡는데 그치지 않고, 환자 스스로도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합니다.

경희대한병병원 한방안이비인후과 남혜정 교수는 환자들의 삶의 모습까지 들여다보며, 건강하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돕습니다. 

그녀를 찾는 환자들에게 ‘심리학자’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남혜정 교수를 만나 한방안이비인후과에서 이뤄지는 귀 치료와 특징, 근본적인 개선 방법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Q. 한방안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은 주로 누구인가요. 

이비인후과는 일반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하는 대부분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찾습니다. 안과는 수술이 필요한 질환보다 안구건조증‧안검경련 등 일상 생활에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비인후과는 수술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의 모든 환자가 내원합니다. 또 경희대한방병원의 특성상 상급병원 여러 곳을 방문했지만, 이렇다 할 증상 개선을 얻지 못한 환자들이 치료 받기 위해 내원합니다.
 
Q. 한방안이비인후과 분야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알레르기와 아토피가 심했어요. 그 때문에 국내 병원 중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였죠. 

알고 보니 제가 경희대한방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았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할 때 그 생각이 나면서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치료하는 한방피부과에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입학 후 막상 공부해보니 피부과보다 이비인후과 질환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죠. 제가 앞으로 치료하고 싶은 질환이 이거구나 싶었어요.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Q. 다양한 이비인후과 영역 중 주요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제 환자는 80% 이상이 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저는 주로 △이석증·메니에르·전정신경염 등의 어지럼증 △이명·난청·중이염·이관기능장애 등의 귀 질환을 연구‧진료합니다. 아이들은 소아과에서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 저를 많이 찾아옵니다. 

Q. 최근 늘고 있는 ‘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이명 환자가 빠른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명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노화 및 노인 인구 증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실제로 이명 환자는 50대 이후 나이가 많아질수록 증가합니다. 80대 이상 연령의 50%는 가볍든 심하든 이명을 가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 △과도한 소음에 지속적인 노출 △잘못된 자세 △스트레스 등도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청소년기부터 이어폰 등을 이용해서 귀를 너무 큰 소리에 오랜 시간 노출하면 소음 손상을 유발합니다. 또 잘못된 자세는 척추‧경추에 압력을 높이고, 몸의 과긴장이 지속하면서 체성이명(Somatic Tinnitus)을 부릅니다. 

이처럼 좋지 않은 생활 습관에는 스마트폰 사용 증가도 영향을 줍니다. 거북목 상태가 오래되면서 이명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 귀 질환 있는 환자가 챙겨야 할 3가지  

1. 양질의 휴식
치료 후에는 잘 쉬세요. 증상이 호전됐다고 사람이 많은 곳, 시끄러운 곳에 가면 안 됩니다. 우리 귀는 가만히 있어도 외부 소음의 자극을 받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소음과 자극이 많은 곳인 만큼 치료 후에는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2. 규칙적인 생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생활의 규칙성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메니에르병 환자는 스스로 생활리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 자제
장시간 나쁜 자세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경추에 무리를 줍니다. 이는 단순히 자세의 문제를 넘어 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귀는 몸의 모든 기관과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경추 문제가 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해야 합니다.

Q. 시대가 바뀌면 최근 한방안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들의 유형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명의 경우 고령화와 관련 있지만, 이 외에 다양한 이비인후과 질환의 경우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메니에르병 환자가 늘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1990년대 후반에 국내 메니에르병 환자가 급증하는데, 진단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이관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도 증가 중인데, 비행기를 타는 횟수가 많아지고, 초고층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KTX 등 고속열차를 타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아울러 불규칙한 생활과 귀에 과도한 자극을 주는 상황이 늘면서 다양한 이비인후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Q.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환자들을 길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메니에르병 환자들은 저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본 사이죠. 

오랫동안 치료를 이어가면서 각각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에게 그 증상을 보다 자세히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명확한 이해로부터 올바른 관리가 가능한 것이죠. 

메니에르병은 증상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한 번의 치료로 낫는 질환이 아닙니다. 환자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합니다. 또 의사가 절대 병을 낫게 해 줄 수 없다고 덧붙입니다. 

의사는 가이드 역할을 할 뿐, 결국 환자가 일상에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언제든 다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서 진료 받는 게 중요합니다.

Q.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여성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어요. 통역사로 잠시 국내에 온 분이었죠. 평소 어지럽고, 귀에 통증을 느끼며, 청력 저하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다니다가 증상 호전이 없어서 경희대한방병원을 찾은 사례입니다. 러시아로 돌아가기 약 열흘 전에 치료를 했는데, 증상이 호전됐는지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관광을 해보자 싶어 백화점에서 3~4시간 동안 쇼핑을 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다음 날 다시 병원을 찾았어요. 사람이 많은 곳에 다니면 외부로부터 여러 자극을 받아서 상태가 다시 악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 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잘 쉬는 게 중요하죠. 결국 남은 기간 치료해서 90% 정도 회복 후 출국했습니다.
 
Q. 진료에 임하는 마음과 철학이 궁금합니다.

거짓말을 안 하게 됩니다. 진료를 할수록 환 상태를 마치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많은 환자들이 한방병원을 찾을 때 드라마 ‘허준’을 머릿속에 담고 옵니다. 기적을 일으켜 줄 것으로 믿는 것이죠. 하지만 한의사는 기적을 일으키는 직업이 아니에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환자에게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Q.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환자 상태가 호전됐을 때죠. 이 병원 저 병원 모두 다녀도 해결이 안됐는데, 우리 병원에서 치료 받은 후 청력이 모두 돌아왔다고 만족해하는 환자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한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심리학자가 됐을 거예요. 개개인의 삶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환자들을 진료할 때도 그들의 생활 패턴을 먼저 파악하려고 하죠. 

좋은 생활습관은 독려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교정할 것을 권합니다. 때문에 처음 내원한 환자는 3시간까지도 진료를 봐요. 그 환자를 잘 알아야 해서 다양하게 질문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많은 환자들이 ‘심리치료를 받고 가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환자와 진심으로 만나려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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